덕유산종주 비박산행 2일, 서봉_ 동엽령
2014.6.21(토)
서봉(8:20)_ 월성치(9:56)_ 삿갓재대피소(1:15-2:30)_ 무룡산(4:00)_ 동엽령(6:20)
밤중에 볼일을 보러 잠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짙은 안개에 방향을 전혀 짐작할 수 없어 다리가 후들거린다.
텐트 안으로 다시 들어오니 이제는 바람이 장난 아니다.
그래도 잠은 열심히 잔다.
아침 일찍 눈을 뜨니 바람은 조금 잦아들었다.
서봉 정상 쪽을 바라본다.
아침은 호밀빵에 수프
그리고 차 한 잔
경상도 안개가 끊임없이 전라도로 넘어오고 있었다.
헬기장에 서서 한참 동안 바라보니, 시시각각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어,
만일 오늘 하루 계속 이곳에 머문다면,
수천 수만의 화폭을 얻을 수 있으리라.
우리는 이때까지만해도 곧 안개가 걷히리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짙어지다가 결국 비까지 뿌리게 된다.
서봉 정상에 잠시 올라 인사하고 길을 떠난다.
이번 비박산행에 동행한 괴나리봇짐은
지난번 송암산 비박산행에 이어 그레고리 발토로65다.
월성치.
서봉에서 오던 중 갈림길에서 아랫길을 택해 걸었더니
남덕유산 정상으로 향하는 헬기장을 벗어났다.
여러 번 다녀온 곳이라 되돌아가기도 거시기해 이곳에서 한참 동안 자유새님을 기다린다.
월성치에 있는 멋진 나무 한 그루.
저 녀석 아래 앉아 있는데 황점마을에서 출발한 산행객 몇 분이 올라온다.
지난 겨울 내려가며 치를 떨었던 엄청 가파른 길이다.
덕유산종주는 여러 번 했지만 오늘 처음 삿갓봉에 오른다.
삿갓재대피소는 현재 공사중.
현재 덕유산의 두 대피소(향적봉과 이곳)는 모두 보수공사중이다.
직원 말에 따르면 7월 초까지는 완공할 계획이었는데,
장마가 시작되면서 늦어지고 있단다.
아침 일찍 삼공리에서 출발한 두 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도착하더니,
봇짐에서 와인을 꺼낸다.
품격을 갖춘 대피소에서의 점심.
그러나 주메뉴는 계란을 푼 라면 한 그릇.
안개를 뚫고 동엽령으로 전진한다.
안개가 점점 짙어지면서 몸이 젖는다.
이제는 안개비가 되었다.
가시 거리가 백여 미터밖에 되지 않아 장쾌한 덕유산의 능선을 보지는 못하지만,
무더위를 피해 걷는다는 것으로 위로를 삼는다.
드디어 동엽령, 오른쪽에 데크가 보인다.
왼쪽은 전북 무주군 안성면 공정리 방향이고
오른쪽은 경남 거창군 북상면 병곡리 쪽이다.
우리가 텐트를 치고 있을 때, 영각사를 출발해 온 세 젊은이가 도착한다.
인사를 나눈 후, 안성 방향에 있는 동엽령샘터에 가 물을 뜬다.
생각보다 많은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첫날 요리는 자유새님이 둘째날은 내가 준비했다.
브로콜리숙회와 연어통조림.
문어숙회를 준비해 갈까 생각하다 연어통조림을 선택했는데 좀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덕유산을 찾는 산행객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이곳 동엽령 데크에서 식사를 하다 보니
많은 날것들 특히 초파리들이 왕성한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바람과 낮은 온도 때문에 외출을 삼가하고 있는 모양이다.
식사를 대충 한 후, 피곤함에 일찍 텐트 안으로 기어 들어간다.
바람이 불긴 했지만, 서봉만큼은 아니었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