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암산 심마니 터 백패킹 2일
2014.6.15(일)
해가 뜨기 직전, 화채봉으로 떠날 준비를 하느라 밖이 시끄럽다.
그러나 나는 숙취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아쉽지만 기권하고,
어차피 필요했던 텐트촌지기를 맡기로 한다.
그들이 떠나가고 난 후 아침 햇살이 푸른 잎 위에 내려앉기 시작할 즈음,
나는 비몽사몽의 상태로 한동안 침낭 안에 누워 있는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텐트 안이 너무 더워 있을 수가 없어서 외출을 한다.
바야흐로 무더위와의 전쟁 시대가 열리는 것 같다.
요즈음은 라면을 잘 먹지 않는다.
오랫동안 비상용으로 갖고 다니던 라면으로 아침을 먹는다.
아침을 먹고 난 다음 텐트촌 주변을 넓게 돌아다녀 보았다.
제단이 또 보인다.
화채봉에 갔던 일행들이 5시간만에 되돌아 왔다.
박무 때문에 시원하게 조망하지는 못했다 하니 그것으로나마 위로를 삼는다.
오는 가을, 날씨 좋은 날을 택해 다시 오리라.
아침을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오랫만에 냉수에 밥 말아 먹으니 기가 막힌 맛이다.
매운 고추와 오이지를 곁들이니 물밥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
숲속에 있는데도 무더위를 느낀다.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을 아래 세상으로 내려가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들머리 근처에 있는 석간수, 상당히 물맛이 좋다.
둔전계곡으로 내려가 흘린 땀을 씻어낸다.
더위에 숨이 막힌다.
추위와는 어느 정도 맞서 버티지만 더위는 못 참는 나,
이번 여름은 어떻게 나려나 벌써 걱정이다.
이제 계곡이나 찾아다니는 백패킹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휴 덥다 더워
푹푹 찌는 날씨
회를 뭉턱뭉턱 썰어주더라.
어촌계 회센타에서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더라.
아주 맛있게 회를 먹는다.
돌아오는 길, 한계령휴게소 전망대.
설악산에 온다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결국 이렇게 냄새만 맡고 간다.
그러나 그 냄새로 인해 그리움이 더욱 커지니
곧 돌아오리라, 설악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