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산 비박산행 1일
2014.3.14(금)
대관령 출발점(3:40)_ 제왕산 정상(5:50)
다시 대관령으로 향한다.
오늘은 제왕산, 나홀로 비박산행이다.
선자령과 능경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중간쯤에서 삐져나와 있는 산줄기가 제왕산이다.
보름 전, 능경봉을 다녀왔기에 뭔가 친숙한 느낌이 들어 가벼운 마음으로 향했는데,
지금까지의 비박산행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된다.
옛 대관령휴게소, 능경봉과 제왕산의 산행 기점이다.
영동 동해 고속도로 준공 기념탑
산불감시초소.
이 초소를 지나면서 능경봉과 제왕산 산행길이 갈라진다.
보름 전 여기서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능경봉에 올랐고,
오늘은 왼쪽길을 택해 제왕산으로 향한다.
잠시 임도를 따라 걷는다.
감시초소에서부터 딱 한 사람의 발자국이 나 있다.
쌩큐 하며 걷는데, 아뿔싸 발자국이 사라졌다.
잠시 고민을 한다.
러셀을 하며 갈 것인지 아니면 되돌아 선자령으로 갈 것인지를.
계획대로 전진한다.
만일 되돌아 갔다면 오늘밤 엄청난 일을 겪었을 것이다.
되돌아 본 능경봉 정상
제왕산 정상
선자령 방향
강릉 시내.
이처럼 제왕산 산행길은 뒤돌아 보면 백두대간이요 앞을 보면 동해다.
아쉽게도 오늘 조망이 좋지 않다.
잠시 임도로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간다
동물의 발자국
나의 발자국
왼쪽이 능경봉,
오른쪽 풍력발전기 있는 곳이 옛 대관령 휴게소로 오늘 출발한 지점이다.
솟대바위
제왕산은 평창군과 강릉시 시계에 있고, 정상석은 두 개다.
평창군에서 세운 것으로 추정이 되는 첫 번째 정상석.
이성계에 의해 강화도로 유배되었던 고려 우왕은,
후일 영동 지방을 전전하며 재기를 모색하는데,
강릉에 있을 때 이곳에 산성을 쌓았다 한다.
그는 나중에 삼척 살해재에서 결국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다.
조금 떨어져 나타나는 두 번째 정상석이다
선자령 방향으로 해가 지며서 기온이 급강하한다.
첫 번째 정상석이 나타나기 전 텐트 치기 좋은 쉼터가 있었는데 되돌아 가기가 그렇다.
두 번째 정상석에서 조금 지난 곳에 자리를 살펴 보았으나 적당한 곳이 없다.
정상석 바로 앞에 텐트 한두 동 세울 수 있는 자리가 있어 그곳에 짐을 푼다.
다음날 아침, 이것이 얼마나 탁월한 선택이었는지 알게 된다.
짐을 풀다가 경악한다.
텐트는 인테그랄디자인의 mk1라이트인데 폴대는 힐레베르그 악토다.
지난주 소황병산 비박산행 때 사용한 폴대를 그대로 갖고 왔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되돌아 갈 수는 없는 일.
텐트를 비비색으로 하여 자는 수밖에 없다.
난감하고 모든 것이 귀찮다.
침낭을 뒤집어 쓰고 초간단 식사를 한다.
미역국에 알파미를 부어 식사 겸 안주로 만들고,
양주 한 잔으로 몸을 녹인 다음 쓰러진다.
진짜 노숙자가 되었다.
텐트 출입구를 모기장으로 반쯤 열고 잠을 자는데, 자꾸만 텐트가 내려앉아 갑갑하다.
그래도 밤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