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황병산 비박산행 1일
2014.3.7(금)
눈밭을 그리워하며 강원도로 비박산행을 떠난다.
소황병산.
아주 오래 전부터 눕고 싶었던 고원지대이지만,
그리움 속에만 묻어두고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산이다.
그 망각의 잠을 자유새님이 흔들어 깨운다.
처음엔 당장 달려갈 기세였지만,
실제 실천에 옮길 때는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
떠나기 전전날 이 지역에 눈이 많이 내린데다가
하루 종일 강풍이 불 것이란 일기예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마음이 흔들렸었는데, 포기했더라면 정말 오랫동안 후회했을 것이다.
그곳까지 이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대략난감을 이겨내고 두 시간 이상 잰걸음을 하여 그곳에 이른다.
신천지다.
속살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산,
그러나 그곳에 이르면 속살이 훤히 드러나는 산.
설국이 따로 없다.
탠트를 세운다.
허리 높이만큼 눈을 치우고 다진 다음 텐트를 세운다.
밤에 있을 강풍에 대비해 가이라인을 단단히 묶는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이곳 바람 속도는 오늘밤 초속 6,7,8을 넘나들 것이라 한다.
초저녁, 정상에서 부는 바람소리가 요란하다.
타프 아래서 저녁을 먹으며
텐트 너머로 바람이 고원지대를 내달리며 일으키는 눈보라를 바라본다.
그리고 저녁 노을에 전염되어 물들어가는 동쪽 하늘.
한 잔 술에 취하고, 바람소리에 취하고, 눈보라에 취하고, 고요함에 취해 잠이 든다.
태고의 세계 속에 내가 있다.
저 위가 소황병산 정상이다
힐레베르그 악토.
3월말경 제주도에 일주일 정도 백패킹을 다녀올 예정이다.
블랙다이아몬드의 하이라이트가 완전 방수되지 않아 이번에 새로 구입했다.
10개의 펙.......
생각보다 설치가 쉽지 않았는데, 처음이라 그러했는지 아니면 눈밭이라 그러했는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