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암해변 백패킹
2013.11.16-17(토일요일)
산불 때문에 많은 산들이 입산 통제되고 있다.
집에서 가까운 산으로 갈까 생각하다 추암해변이 머리에 떠오른다.
대충 배낭을 꾸려 동해시의 추암해변으로 백패킹을 떠난다.
삼척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가니(11000원), 이미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 지고 있다.
사진 한두 장 찍고 주면의 조각공원을 배회한다.
너무 잘 정돈되어 있어 텐트를 치기가 미안하다.
결국 한 구석에 잠자리를 마련한다.
다음날, 밖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에 눈을 뜨니 벌써 해가 떴다.
일출을 구경 온 사람들이었는데, 순간 너무나 억울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일출이 별로였다는 사실.
만일 붉게 물드는 장관의 일출이었다면 너무나 슬펐을 것이다.
포기할까 망설이다 텐트 밖으로 나와
'동해물과 백두산이......' 해변을 거닌다.
이미 해가 떴지만 동해는 동해다.
만일 나오지 않았더라면 무척 후회했을 것이다.
아침을 먹고 텐트를 걷은 후, 해변을 걸어 근처의 이사부사자공원으로 향한다.
바다를 내려다 보며 커피 한 잔 하고 택시를 불러 동해터미널로 간다.
이런......
바로 이웃인 추암은 동해시요, 이사부공원은 삼척이기 때문에
택시 할증료가 6천원이나 붙는다.
해변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해는 넘어가고 보름달이 떠 있었다.
조그마한 해변, 추암해변은 여름에나 장사가 되는 듯,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았다.
잠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조각공원을 배회한다.
곳곳에 경비초소가 있어 행동의 제한을 받는다.
가우디를 연상케하던 조각품.
아차차! 라이터를 갖고 오지 않았다.
상가가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만일 산 정상이었다면.......
얼마 전부터 비상용으로 갖고 다니던 성냥이 구원군으로 나선다.
조심해야지 생각했지만.......결국 텐트 바닥에 빵꾸를 낸다.
이번에 처음 갖고 온 연어 스테이크.
미니로스터에 올려 놓고 구우려 했더니 기름이 너무 많다.
결국 통채 올려놓고 뎁혀 먹었다.
다음날 아침 해변가로 나가면서 본 오리 가족
어쩌면 밋밋할 수도 있었던 이날 아침을 밝혀 준 갈매기 한 마리.
거창한 카메라 설치하고 주위에서 서성이던 세 사람 말에 따르면
이 촛대바위 위에 새가 날아 와 앉기는 몇 년만이란다.
그들은 매일 이곳에 나와 진을 치는 모양이다.
해가 뜨는 그 시각, 나와 보지 못했던 나를 위로해 준다.
그는 또는 그녀는 한동안 떠나지 않고
그곳에 서서 나를 바라다 본다.
분단의 비극은 여기서도 계속된다
해변을 따라 이사부공원으로 가면서 바라다 본 추암해변의 촛대바위
에이, 필터를 갖고 오지 않았잖아.
서기 512년 신라 지증왕 시절,
이사부 장군은 배에 나무로 만든 사자를 잔뜩 싣고 가
우산국을 정벌하고 울릉도와 독도를 신라에 편입시킨다.
이사부 장군의 이 업적보다
그 당시 이미 우산국을 건설했던 사람들이 더 대단해 보인다.
남편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제수 받자
절세가인이었던 그의 수로부인도 함께 길을 나섰다.
이 근처에 이르러 천길단애에 피어 있던 철쭉꽃을 보고
누군가 저 꽃을 꺾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린다.
이 말을 듣고 지나가던 늙은 농부가 이렇게 화답한다.
자줏빛 바위 옆에 암소 잡은 손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 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겠나이다.
향가에 나오는 헌화가다.
그런데 이런 장면에서 훈남이 등장해야 하는데
왜 늙은 농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