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산 비박산행 1일
2013.10.3(목)
댓재(2:20)_ 통골재(3:50)_ 두타산 정상(5:10)
두타산 비박샨행에 나선다.
주말에 아내 생일이 끼어 있어 주중에 나선다.
삼척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댓재까지 택시로 이동한다.
택시비 2만 6천원,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
버스는 하루에 세 번밖에 다니지 않아 이용이 거의 불가능한 형편이다.
7,8년 전 고교 동기들과 함께 연칠성령을 거쳐 청옥산에 오르고 박달령에서 하산했다.
그 당시 이 산줄기의 장엄하고 수려한 경관에 넋을 잃었고,
반드시 두타산 찾아 다시 오리라 마음먹었었는데 이제사 그 마음을 푼다.
댓재에서 두타산 정상에 이르는 길, 평탄한 숲길로 눈과 마음을 깨끗이 해 준다.
딱 두 번 정도 오름길이 있으나 어렵지 않다.
두타샘터로 가 생명수를 뜨는데 백두대간을 걷는 산꾼이 옆에 와 집을 짓는다.
아름답게 지는 낙조를 보며 이런저런 상념에 잠긴다.
댓재에 이르니 승용차들이 꽤나 많이 줄지어 있다.
정상에 오르면서 되돌아 오는 부부 산객들을 많이 만난다.
댓재에서 두타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평범하다.
마치 청계산을 걷는 듯하다.
마음도 몸도 평안한 길이다.
계속 갇힌 길이다.
그러나 딱 두 번 이렇게 조망이 열린다.
내가 이 길을 걸을 때 이미 해가 기울고 있어 빛은 사광이다.
비박산행 때문에 이런 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걷는다.
9부능선에 이르자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다.
금년은 여름에 가뭄이 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너무 무더웠던 탓인지
단풍이 별로 아름답지 못하다.
청옥산과 고적대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생명줄인 물부터 뜨기로 한다.
콸콸 쏟아지는 물이 시원하다.
집을 어디에 세울 것인지 여러 고민을 한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기 때문이다.
넓은 정상, 그곳에서 그나마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곳을 찾아
서둘러 텐트를 세우고 낙조를 보기 위해 나선다.
정상에서 해가 뜨는 쪽은 숲이 가려져 있어 온전하게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서쪽의 조망은 막힘이 없다.
1353의 고지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거칠 것이 없다.
아름답다. 그러나 이 풍경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왠지 쓸쓸하다.
아름다운 저녁에 대한 감흥이 아직도 남아 있다.
오늘의 특별식을 꺼낸다. 한성기업의 비바크 부어스트다.
사실 가게에서 이 소시지를 처을 보았을 때 깜짝 놀랐다.
비바크라니.......어느 직원이 이 이름을 지었을까?
맛은 좋다.
그러나 네 개가 모두 한 가지 맛이고 용량이 내게는 너무 많다.
백두대간을 걷는 분이 옆에 텐트를 세웠다가 바람이 심해 아래로 내려간다.
바람이 심하지 않으면 함께 식사라도 하련만 상황이 그렇질 못하다.
술 반 병을 나누어 주고 나홀로 식사를 한다.
이렇게 오늘도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