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백운산 비박산행 1일
2013.9.15(일)
산행들머리(12:30)_ 병매기고개(1:10)_ 정상(3:30-4:00)_ 칠족령 전망대(6:30)
비박배낭을 꾸린다.
유난히 무더웠던 금년 여름, 가까운 곳 중심으로 슬금슬금 다녔다.
이젠 좀 다른 곳으로 가련다.
원래는 함백산으로 가려 했으나 마지막 순간 동강 백운산으로 방향을 튼다.
오늘도 나홀로 비박산행이다.
아는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려 했으나 비 탓에 산행 일자를 일요일과 월요일로 잡으니 결국 나홀로 떠난다.
그 험준한 산 어느 곳에 하룻밤 묵는게 좋은지 아무리 검색을 해 보아도 정보가 없다.
평탄하고 조망 좋은 곳을 굳이 찾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험준한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라 쉽게 결정을 못한다.
그러다 몇몇 곳에서 힌트를 얻어 마음을 굳힌다.
산행로에 대한 검색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정작 중요한 교통편은 자세히 알아보지 못하고 출발한다.
영월에 도착해 이른 점심을 먹으며 식당 주인에게 하소연하는데,
식당에 함께 있던 트럭 기사가 이야기를 엿듣고 예미까지 태워다 주겠단다.
그후 예미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산행들머리인 점재나루터의 주차장까지 간다(1만 5천 원).
주차장에 승용차 두 대가 서 있고, 한켠에 주차비 얼마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들머리로 진입해 오르기 시작는데 누군가 불러 세운다.
저기 하얀 차 당신 것 아니요?_ 주차비를 달란다.
개인 주차장 주인 노인네......이곳 조금 높은 자기 집 마루에 앉아 감시하고 있다.
정상까지 보통 1시간 30분 내지 2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 무려 3시간을 잡아먹는다.
비박배낭을 메고 오르기에 다소 험준한 산이기는 하지만,
숨을 몰아 쉬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할 곳이 많은데다가
요즈음 체력이 많이 내려가 있는 상태니 어쩔 수 없다.
산세가 험준하기는 하나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
곳곳에 안전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조금 조심만 하면 모두 오를 수 있다.
오를 때와 달리 내려갈 때는 중간중간 황톳길이 있어 미끄럽기까지 해
자꾸만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하루 묵을 곳에 도착했을 때,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었다.
점재에서 올려다 본 백운산 줄기.
가운데 뾰족한 봉우리가 정상이다.
아마 이 경고판은 안전 시설이 미비했던 시절에 세운 것이리라.
인터넷 산행기 일부에서도 이 경고판 내용처럼 산행로에 대해 겁을 주는데,
절대 그런 곳이 아니다.
뼝대_ 깎아지른 절벽을 이르는 이 지역 사투리다.
나무계단, 돌계단, 안전줄.......모든 안전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병매기고개
영월의 동쪽에서 흐른다 하여 동강이다.
서쪽에서 흐르는 서강과 합쳐져 남한강 물줄기를 형성한다.
녹수가 흐르는 것으로 유명한데, 아쉽게도 어젯밤 비가 많이 와 황하가 되어 흐르고 있다.
장녹수의 동강은 사진으로 많이 구경했지만, 황하의 동강 사진은 흔치 않음에 스스로를 위로한다.
오른쪽 뼝대 앞이 그 유명한 나리소다.
옥빛의 물색깔을 자랑하고 유난히 깊은 곳으로 저곳엔 이무기의 전설이 있다.
뻥대 아래 동굴에 살던 이무기는 봄만 되면 용이 되기 위해 몸부림쳤다고 한다.
몇십 년 전, 사람들이 고기를 잡기 위해 다이나마이트를 터뜨리자,
며칠간 물이 핏빛으로 변했고 이무기의 살점이 강줄기를 타고 떠내려 갔다고 한다.
동강의 사행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백운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이 무척 많다.
그 산들 가운데 동강의 이 백운산은 산세에 있어 으뜸 그룹에 속할 것이다.
봉우리에 구름이 걸리고 아래는 녹조가 굽이굽이 흐르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장관이다.
이곳에 이르기까지 모두 네 명의 산우를 만난다. 두 명씩 두 팀이다.
모두 점재에 차를 세워두고 올라와 원점회귀하는 산행객들이다.
안내산악회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는 나처럼 제장마을까지 가는 것은 힘들다.
갑작스럽게 하늘이 어두워지고 먹구름이 몰려와 나름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와중에 나는 텐트 걱정을 한다.
블랙다이아몬드의 하이라이트는 방수가 되질 않는다!
물은 흐르고 나는 걷고
점재에서 정상에 오르는 길보다
정상에서 칠족령으로 가는 길이 더 힘들다.
간혹 황톳길이 있는데 어제 비가 와 길이 미끄러웠다.
칠족령 전망대 위에 선다.
백운산 산행은 아기자기한 암릉길을 걸으면서 구불구불 이어진 동강과 한반도를 닮은 마을을 구경하는 것이다.
아래 세상은 보는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모습이 변하다가
이 지점에 이르면 클라이막스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칠족령에서 15분 정도 옆길로 와야 하는 이곳에 들리지 않고
그냥 제장마을로 내려가는 모양이다.
백운산 산행 기록을 뒤져 보다 몇몇 곳에서 이곳 전망대와 데크 사진을 발견하고 비박산행 결심을 했다.
얼마 전 구입한 트란지아 알콜 버너를 이용해 우선 커피 한 잔부터 마신다.
텐트 문을 열어젖히고 앞에 식탁을 차렸는데, 개미들이 습격한다.
하는 수 없이 문을 닫고 실내 취사를 한다.
오뚜기의 골드 브라운 햄버그 스테이크.
뜨거운 물에 봉지채 3분 정도 넣어두었다가 먹는 것인데 맛이 상당히 좋다.
단점이라면 액체 소스가 너무 많아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것.
미소된장국. 이것 역시 오늘 처음 먹어보는 것인데 마음에 든다.
마음에 안 드는 녀석, 엑스페드의 베개다.
상당히 만족하며 사용했는데, 얼마 전부터 한쪽이 짱구가 되면서 혹같은 것이 부풀어 오른다.
전에 매트리스도 그런 현상이 있었는데.......
엑스페드 제품들은 대부분 그 기능에 만족하는데 이렇게 가끔씩 짱구가 되어 괴롭힌다.
동강도 흐르고 달빛도 흐른다.
오랫만에 비박산행다운 산행을 한 탓인지 몸이 무척 피곤하다.
피로에 지치고 달빛에 취해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