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길/비박산행

싸리재_ 덕두원 비박산행 1일

난다데비 2013. 8. 19. 09:00

 

 

 

2013.8.15(목)

 

 

 

 

경춘선 전철을 타고 가평까지 가면서 산행 코스를 수십 번이나 바꾸었다.

목적지는 덕두원 명월리 잣숲이다.

개곡리에서 올라 계관산을 찍고 싸리재로 넘어갈 것인지,

아니면 싸리재마을에서 출발해 바로 싸리재를 넘어갈 것인지.......

 전철 안에서는 몰랐는데 가평역에 내리니 엄청난 무더위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오르기로 작정한다.

 

 

 

 

 

 

오후 4시 싸리재마을

 

 

아차차......산행 지도를 갖고 오지 않았다.

역 근처 관광안내소에서 나누어 주는 간단한 지도를 받아든다.

가평역에서 택시를 이용해 들머리로 접근한다(2만원).

 

 

마지막 민가가 있는 곳까지 간 다음, 그 민가 앞 개울을 건너 들어간다.

자세한 지도가 없어 내내 불안하다.

 

 

 

 

 

 

 

 

 

 

 

 

 

 

 

 

 

 

 

 

 

 

 

 

군청에서 나누어 준 지도를 보니 오른쪽으로 오르면 싸리재를 거쳐 계관산에 닿는다.

그런데 동네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마을을 싸리재라 부르고 내가 넘어갈 언덕을 싸리재고개라 부른다.

그러나 '재'라는 것이 고개를 가리키니, 싸리재고개란 말은 틀린 말이다.

따라서 이 마을은 싸리재마을, 그 언덕은 싸리재가 맞을 것이다.

 

 

 

 

 

 

 

 

 

 

 

 

맑은 계곡이 형성되어 있다.

차를 타고 올라오면서 곳곳에 자리를 잡은 피서객들을 본다.

시원한 계곡 물소리 그리고 그 계곡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느라 그만 정식 산행로를 놓치고 만다.

 

 

 

 

 

 

 

 

 

 

 

 

 

 

 

 

 

 

 

 

 

 

 

 

잡목과 풀이 키만큼 자라나 길을 막고 있다.

배낭에 넣고 다니기만 했지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았던 토시를 꺼낸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 정도로만 생각한다.

희미한 길을 따라 어렵게 어렵게 올라간다.

 

 

 

 

 

 

 

 

 

 

 

 

느낌이 이상하다. 길이 아니다.

오른쪽에 계곡을 두고 올랐는데 어느 순간 길이 희미해지다 사라진다.

고민을 하다 왼쪽 갈래능선으로 가 본다. 어려운 비탈길이다.

 

 

 

 

 

 

 

 

 

 

 

 

 

 

 

 

 

 

 

 

 

 

 

 

 

 

 

 

 

 

 

 

 

 

 

 

 

 

 

 

 

 

 

 

 

 

 

 

땀이 비 오듯 한다.

웃옷은 마치 방금 수영장에서 나온 사람의 옷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누울 곳을 눈여겨 보며 옆으로 옆으로 오르며 길을 찾는다.

 

 

 

 

 

 

 

 

 

 

 

 

마침내 정상적인 산행로와 만난다.

아까 그 삼거리에서 계관산 방향으로 오를 때,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은 것이 잘못이다.

계곡과는 좀 떨어진 왼쪽에 이 길과 만나는 길이 있을 것이다.

산행을 할 때 땅만 보고 걸으면 안된다!

일단 길을 찾고 나니 그 다음부턴 수월하게 싸리재까지 오른다.

 

 

 

 

 

 

 

 

 

 

 

 

 

 

 

 

 

 

 

 

 

 

7시 싸리재

 

 

한 시간만에 올랐어야 할 언덕을 세 시간이나 걸려서 올랐다.

계곡에서 가파른 옆 능선 두 개를 치고 올랐더니 너무 지친다.

다행히 이번 비박산행은 2박3일로 계획을 잡았다.

오늘밤은 이곳에서 머물기로 한다.

 

 

 

 

 

 

 

 

 

 

 

 

덕두원으로 넘어가는 길, 블랙홀이다!

 

 

 

 

 

 

 

 

 

 

 

 

지난 겨울의 몽가북계 비박산행이 기억난다.

정겨웠던 이곳의 모습.

 

 

 

 

 

 

 

 

 

 

 

 

배낭 무게를 조금이나마 줄여보려고 새로 구입한 펙 망치.

지금까지 플라스틱 망치를 사용했는데

무게 40g 줄인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부피를 확 줄여서 너무나 좋다.

 

 

텐트를 치고 있는데 사람들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강촌역에서 출발했다 하니 아마 삼악산에서부터 온 것 같다.

몇 마디 나누다 북배산 방향으로 사라진다.

 

 

 

 

 

 

 

 

 

 

 

 

 

 

 

 

 

 

 

 

 

 

 

 

엄청난 피곤이 몰려온다.

가장 큰 문제는 물이다. 오늘밤 계곡물이 흐르는 잣나무숲에서 잘 줄 알고 1리터만 갖고 왔다.

올라올 때 이미 이 상황에 대비해 물을 적게 먹으면서 올라왔더니 피곤이 더하다.

물을 최소한 사용하여 누룽지를 끓이고 물을 사용하지 않는 반찬만 먹는다.

 

 

싸리재 넘어 덕두원 방향에서 동물 울음소리가 밤새 들려온다.

그러면 그렇지, 살아 있는 숲인데.

피곤에 쩔어 그냥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