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 3일(2)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그리고 콘수에그라
2013.4.25(목)
1시 45분 콘수에그라 도착
버스 정류장 옆 건물에 안내소가 있으나 사람이 없다.
뭐 버스에서 내린 여행객이 딱 우리 두 사람 뿐일 정도이니 그럴 수밖에.
오른쪽에 '에스타시온'이란 글자가 보인다.
기차 역, 버스 터미널 모두 이 단어를 사용하더이다.
정류장 근처 사거리로 가 보았다.
도로 안내판이 잘 정비되어 있다.
잠시 골목길로 접어드니 풍차의 모습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대충 방향을 예측하고 걷는다.
다시 나타나는 풍차
최초의 근대소설로 꼽히는 '돈키호테'의 배경지가 바로 '라 만차' 지역이다.
돈키호테가 태어난 곳도 '라 만차'요,
그가 모닝스타(모르겐슈테른)를 든 거인으로 착각해
달려들었던 풍차가 있던 곳도 '라 만차'다.
콘수에그라 역시 '라 만차' 평원의 한 지역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 소설 배경과 가장 가까운 곳은 '캄포 데 크립타나'다.
그러나 교통편이 워낙 좋지 않아, 비슷한 분위기의 이곳을 찾았다.
이 지역 역시 돈키호테를 미끼로 관광 상품을 팔고 있는 곳이기는 하다.
러시아 소설가 이반 투르게네프는 인간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했다.
햄릿 형과 돈키호테 형.
우리들은 그 둘의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풍차 한 곳에서는 부부가 기념품과 간식을 팔고 있었다.
아주 조잡한 물건들과 음식들.......
매점의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 보기도 하고.......
한켠에 서너 개의 풍차가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더 많은 풍차들이 몰려 있었다.
3시 30분까지 정류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서둘러 그곳으로 갔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을 즈음, 여행객은 우리말고 두세 사람이 더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은 일본인 냄새가 났는데, 커다란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분주하다.
그러나 날씨가 받쳐주지 않는다. 전혀 햇살이 없다.
멋진 추억의 사진을 남기고 싶었던 우리들도 아쉬움은 마찬가지였다.
돈키호테는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길에서 책을 든 채 웃고 있는 사람을 보고, 펠리페 3세가 이런 말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_ 저 자는 미친 자이든지 돈키호테를 읽는 자이든지 둘 중 하나다.
그러나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내용으로만 얽혀진 책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세상을 대상으로 게임 또는 놀이를 하는 돈키호테를 통해
희망과 좌절을 느끼기도 하고,
이상과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가련한 돈키호테.......그리고 우리의 모습.
오늘의 이 무채색 분위기가 그 생각을 더욱 전염시킨다.
라 만차, 풍차, 그리고 숨어 있는 태양.
스페인 여행의 몇 가지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돈키호테.
마을이 조용하고 상당히 깨끗한 편이다.
그러나 뭔가 모르게 쓸쓸한 공기가 온 마을 감싸고 있다.
비운의 돈키호테.
3시 30분 콘수에그라 출발
서둘러 내려왔더니 버스 시간이 15분 정도 남았다.
점심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정류장 근처 카페어서 샌드위치로 간단히 해결했다.
이처럼 스페인 여행 내내 식사는 불규칙적인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