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길/비박산행

조계산, 송광사_ 장군봉_ 선암사 비박산행 1일

난다데비 2012. 11. 12. 09:00

 

 

2012.11.6(화)

 

 

서울 출발(8:00)_ 순천 도착(12:00)_ 순천 출발(12:55)_

송광사(2:10-3:15)_ 선암사 갈림길(3:45)_ 연산사거리(5:40)

 

 

 

 

 

10월 중순부터 주말마다 계속 이어지는 경사, 야외에 나가지 못해 답답하다.

어젯밤 배낭을 꾸려 오늘 나홀로 비박산행에 나섰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던 조계산이다.

지난번 영남알프스 비박 시 동행했던 사람들과 이번 주말에 함께 가기로 했으나,

그때 참석해야 할 경사가 또 생겨 취소한 상태다.

 

 

순천터미널에서 내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터미널 근처 정류장에서 송광사행 버스를 탔다.

그 버스는 순천역을 거쳐 오기 때문에

송광사 홈페이지에 나온 버스 시각보다 10여 분 늦게 도착한다.

 

 

 

 

 

 

 

 

 

 

 

 

 

 

 

 

 

 

 

 

 

 

 

 

 

 

 

 

 

 

 

 

 

 

 

 

 

 

 

 

 

 

 

 

 

 

이번 비박산행에는 몇 개의 키워드가 있다.

송광사 선암사 조계산 선암사해우소 그리고 단풍.

아쉽게도 송광사 쪽 단풍은 겨우 몇몇만이 연명을 하고 있었다.

어제 내린 비와 바람으로 대부분 그 화려함을 뒤로 남긴 채 쓸쓸히 땅 위에서 잠 자고 있었다.

 

 

 

 

 

 

 

 

 

 

 

 

 

 

 

 

 

 

 

그 어떤 계급을 갖고 있던 말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야 했던 사찰,

그러나 먼지를 일으키며 올라온 사람들의 차량이 이미 하마비 근처에서도 눈에 뜨인다.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금란가사를 안치하고 있는 불보 사찰 통도사,

부처님의 불법인 팔만대장경을 모시고 있는 법보 사찰 해인사와 함께

송광사는 우리나라의 삼보사찰로 꼽힌다.

 

 

신라말 혜린선사에 의해 창건되었는데, 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고려 시대부터다.

고려 중기, 부패한 불교를 쇄신하고자 지눌이 이 사찰을 근거로 하여 정혜결사 운동을 펼치는데,

그 후 이 사찰에서 국사만 16명이 배출된다. 이름하여 승보 사찰.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다른 지역과 다른 전라남도의 매력이 이 사찰에도 묻어 있다.

 

 

 

 

 

 

 

 

 

 

 

 

 

 

 

 

 

 

 

 

 

 

 

 

 

 

 

 

 

 

 

 

 

 

 

 

 

승보 사찰답게 사색의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는 공간들.

고승들이 침묵으로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며 불력을 쌓았을 기운이 온 사찰에 퍼져 있다.

모든 결과에는 그에 걸맞은 이유가 있는 법.

불심이 없는 나도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송광사는 절 앞에 계류(도솔천)가 흐르고 있으며 그 계류를 따라 마치 성채처럼 지어졌다.

그리고 계류 위에 놓여진 다리를 건너 사찰 경내로 들어가게 된다.

송광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임경당과 우화루.

 

 

 

 

 

 

 

 

 

 

천도제를 위해 이 절을 찾은 이들의 위패를 하룻밤 모시는 전각.

남자는 그 영혼을 구슬에 씻는다 하여 척주당,

여자는 그 영혼을 달에 씻는다 하여 세월각.

 

 

 

 

 

 

 

 

 

 

미련을 둔 채 송광사를 떠난다. 그 미련은 다음 기회에 거두리라.

 

 

 

 

 

 

 

 

 

 

이제는 낙엽 밟기도 멈칫하며 밟는다.

 

 

 

 

 

 

 

 

 

 

경내를 벗어나도 그 운치는 게속 한동안 이어진다.

 

 

 

 

 

 

 

 

 

 

 

 

 

 

 

 

 

 

 

대나무 앞에 서면 굽고 뒤틀린 내 삶이 부끄럽기만 하다.

 

 

 

 

 

 

 

 

 

 

 

 

 

 

 

 

 

 

 

 

 

 

 

 

 

 

 

 

나는 산으로 오르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여기서 길을 잠시 착각해 계획했던 산행로에서 벗어나게 된다.

선암사 방향으로 가다 왼쪽길로 연산봉 정상에 오를 계획이었다.

그러나 장군봉 방향으로 감에 따라 연산봉을 오른쪽에 둔 연산사거리에 이르게 된다.

어찌 인생사 계획대로만 되던가.

 

 

 

 

 

 

 

 

 

 

 

 

 

 

 

 

 

 

 

 

 

 

 

 

 

 

 

 

산길은 계속 돌의 연속이다.

작은 산이지만 그래도 능선에 올라서려면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한다.

오늘 한 끼밖에 먹지 않아 온몸이 지친 상태에서 힘겹게 올랐다.

날이 벌써 저물고 있었다.

 

 

 

 

 

 

 

 

 

 

 

 

 

 

 

 

 

 

 

연산사거리에 올라섰다. 왼쪽으로 가면 장군봉, 오른쪽은 연산봉이다.

여기서 400미터만 가면 원래 텐트를 칠 계획이였던 연산봉 정상에 이른다.

그러나 포기하고 말았다. 너무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초속5의 바람이라고 했는데, 족히 7,8은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상은 그보다 더하리라.

게다가 잔뜩 찌푸린 날씨가 언제든 비를 쏟아낼 기세다.

이쯤에다 잠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구입하고 몇 번의 산행까지 무척 마음에 들었던 블랙다이아몬드이 하이라이트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 단점들이 눈에 들어오고 애정이 식었다.

특히 방수 능력 결여는 늘 일기 예보에 신경을 쓰게 한다.

오늘같이 바람이 심한 날은 텐트를 고정하는데도 무척 애를 먹는다.

 

 

 

 

 

 

 

 

 

 

 

 

 

 

 

 

 

 

 

 

 

 

 

 

 

 

 

 

엄청난 바람이 송광사에서 불어와 선암사 방향으로 향한다.

그래도 마음은 행복하다.

오늘 아침 새벽까지 떠날까 말까 고민했던 내가 바보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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