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길/비박산행

설악산 언저리에서의 백패킹

난다데비 2012. 3. 13. 09:00

 

 

3월 9일 금요일 12시경, 마음애잔에게서 전화가 왔다. 킹과 함께 비박산행하려고 선자령에 왔는

데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와 악천후로 고민 중이란다. 전화를 끊었는데 자꾸만 눈밭이 눈에

선하다. 다시 전화를 걸어 지금 횡계로 달려갈 테니 기달릴 수 있냐고 물었고, 오케이 사인이 났

다. 원래 이번 주는 집에서 그냥 쉬려고 했는데 이렇게 해서 다시 비박배낭을 꾸리게 되었다.

 

 

 

 

 

 

 

 

횡계터미널에 내리니 둘이 기다리고 있다.

킹의 짚을 몰고 용평스키장으로 향했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 발왕산 정상 아래서 비박을 할 참이었다.

한 시간 안에 모든 상황을 종료할 수 있으니 이런 기후엔 이곳이 적격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곤돌라 탑승 시각에 제한이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4시가 조금 지난 시각, 곤돌라는 4시까지만 이용 가능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동해안으로 나가 보기로 했다.

대관령쪽은 계속 눈이 내리고 있고 안개가 짙어 시간상 비박산행은 불가능해 보였다.

 

 

 

 

 

 

 

 

연곡해수욕장.

이곳에 텐트를 칠까 했는데, 해변쪽으로 철조망이 쳐져 있고, 해변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경고문이 있다.

속초 방향으로 올라가며 다른 해변을 찾아 보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가 찾는 조용한 해변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관령을 넘을 때, 짙은 안개가 끼었고 진눈깨비가 내렸다.

동해안으로 오니 이곳 역시 약한 눈발이 날리면서 해변엔 먹구름이 깔려 있었고, 파도는 높았다.

 

 

 

 

 

 

 

 

 

 

 

 

 

 

 

설악산 방향으로 우회하여 속초 북쪽으로 가다 우연치 않게 조용한 숲을 발견하다.

한쪽은 소나무 숲이고 한쪽은 잡나무 숲이다.

잘 관리가 되어 정돈된 숲이다.

이곳에서 비박배낭을 풀다.

 

 

 

 

 

 

 

 

 

 

 

 

 

 

 

 

 

 

 

 

 

 

 

 

 

 

 

 

 

 

 

 

 

 

 

 

 

 

 

 

 

 

 

킹이 준비하는 전.

이번 백패킹에선 킹 때문에 새로운 요리를 많이 맛보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모든 것이 젖어 있다.

밤새 진눈깨비가 내린 모양이다.

숲향이 더욱 진하다.

아침을 먹은 후, 잠시 눈을 다시 붙였다가 12시가 되기 전 서울로 출발하다.

짙은 솔잎 향기를 맡으며 어쩌면 금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눈과의 하룻밤이었다.

 

 

 

 

 

 

 

 

 

 

 

 

 

 

 

 

 

 

 

 

 

 

 

 

 

 

 

 

킹이 준비한 아침 국수, 별미다.

 

 

 

 

 

 

 

 

 

 

 

 

 

 

 

 

 

 

 

 

 

봄, 지금 온다고 그러더라

작년 이맘때 갈무리해 둔 모든 것이
작은 틈새에 얼핏 떠오르는 건
실눈 틈새에 얼핏 떠오르는 건
작은 계절의 언저리에서
머뭇대던 것을 기억했기 때문이다

여유로움으로 채색되어진 마음을
통째로 내어주고
겨우내 보듬었던 살가움으로
꽃봉오리 열어놓고 재촉해보는 봄

어차피
봄이 와서 꽃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야 봄이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은 지금 오는 중이란다.

 

 

봄, 지금 오는 중 / 권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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