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시

겨울에게 // 마경덕

난다데비 2012. 12. 14. 09:00

 

 

 

내가 앉았던 자리가 그대의 지친 등이었음을 이제 고백하리.그대는 한 마리

우직한 소. 나는 무거운 짐이었네. 그대가 가진 네 개의 위장을 알지 못하고

그대를 잘  안다고 했네.  되새김 없이 저절로 움이 트고 꽃  지는 줄 알았네.

그대가  내뿜는 더운 김이 한  폭의  아름다운 설경(雪景)인 줄 알았네. 그저

책갈피에 끼워 둔 한 장의 묵은 추억으로 여겼네.  늦은 볕에 앉아 찬찬히 길

마에 해진  목덜미를 들여다보니 내  많은 날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알겠네.

친 숨 한 발 한 발 내딛는 그대를 바라보며 기도하는 성자를 떠올리네. 퀭

눈 속의 맑은 눈빛을 생각하네. 별이 식어 그대의 병이 깊네.

 

 

 

 

 

 

 

 

선자령에서, 2012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