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길/산행

지리산 종주 3일

난다데비 2012. 1. 20. 09:00

 

 

 

2012.1.11(수)

 

 

대피소 출발(8:45)_ 선비샘(9:58)_ 세석대피소(12:40-2:40)_ 연하봉(4:15)_ 장터목대피소(4:50)

 

 

오늘 일행 중에서 불행한 사고가 두 건이나 발생했다.  첫 사건은 이미 어제부터 기미가 있었다. 한 분

이 무릎을 다쳐 어제 저녁 벽소령대피소에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늦게 도착했는데, 오늘 산행은 힘들어

들어 보인다. 결국 일행과 헤어져 음정마을로 하산을 해야 했다.  그 코스도 만만치 않다.  하산 지점은

짧지만 시멘트 길 임도가 길게 늘어져 있는데, 아픈 무릎을 이끌고 제대로 내려갈지 걱정이 되었다.

 

 

 

 

 

 

 

 

오늘은 8.5km의 산행으로 어제보다 훨씬 가볍다.

그리고 지리산 종주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연하선경을 거닌다.

9시가 다 된 시각, 길을 떠나다.

노고단대피소에서처럼 벽소령에서의 밤도 조금은 추웠다.

아무래도 오늘 밤엔 지급하는 모포를 받아 덮어야 할 것 같다.

 

 

 

 

 

 

 

 

 

 

 

 

 

 

 

 

 

 

 

 

 

 

 

 

 

 

 

 

 

 

 

 

 

 

 

 

 

 

 

 

 

 

 

 

 

 

 

 

 

 

선비샘

 

 

 

 

 

 

 

 

 

 

 

 

 

 

 

 

 

 

 

 

 

 

 

 

 

 

 

 

 

 

 

 

 

 

 

 

 

 

 

 

 

 

 

 

 

 

 

 

 

 

 

 

 

 

 

 

 

 

 

 

 

 

 

 

 

 

 

 

 

 

 

 

 

 

 

 

 

 

 

 

 

 

 

 

 

 

 

 

 

 

 

 

 

 

 

 

 

 

 

 

 

 

 

 

 

 

 

 

 

 

 

 

 

 

 

 

 

 

 

 

 

 

 

 

 

 

 

 

 

 

 

 

 

 

앞은 세석평전이고 뒤에 연하봉과 제석봉이 보인다.

세석에서 장터목에 이르는 이 구간이 바로 지리 10경 가운데 하나인 연하선경이다.

지리산 종주를 하는 사람에겐 꿈의 구간이라 할 수 있다.

자연 고사목과 푸른 원시림이 공존하고, 기암괴석과 각종 야생화로 유명한 곳,

겨울이 되면 그 유장한 능선이 골격을 드러내 단순하면서도 야성적인 아름다움이 마음을 끈다.

 

 

 

 

 

 

 

영신봉에서 내려다 본 세석평전, 왼쪽에 세석대피소가 보이고 뒤에 촛대봉.

남녁의 개마고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 봄이면 붉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철쭉이 핀다.

그러나 지금, 구상나무의 초록과 백설의 순백이 그 분홍빛을 대신하고 있다.

 

 

 

 

 

 

 

 

오늘의 두 번째 불행한 사고가 세석대피소에서 일어났다.

대피소 밑 식수원으로 물을 뜨러 간 동료의 마중을 나갔다 오니, 식당 안이 발칵 뒤집혔다.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가스통을 덥힌다고 다른 가스불에 댔다가 그만 가스통이 폭발하고 말았다.

부상 당한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크게 다친 모양이다.

긴급 치료을 받고 헬기로 하산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손가락 부상이 심하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

눈바람을 일으키며 헬기가 뜨고 있다.

 

 

 

 

 

 

 

 

긴급 상황을 처리하고 세석대피소를 출발하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오늘 산행 거리가 짧은 것이 다행.

 

 

 

 

 

 

 

 

 

 

 

 

 

 

 

촛대봉.

마치 촛농이 흘러내린 듯한 바위들이 정상 부위에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

뒤를 돌아다보면 반야봉을 중심으로 걸어온 길이 꾸불꾸불 이어져 있고,

앞을 보면 연하봉 제석봉 뒤로 천왕봉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걸어온 길, 앞이 영신봉이다.

 

 

 

 

 

 

 

 

 

 

 

 

 

 

 

 

 

 

 

 

 

 

 

 

 

 

 

 

 

앞이 연하봉이고, 그 뒤에 천왕봉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지리산을 처음 종주했던 그날, 나는 촛대봉에서 일출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 바위를 지날 때, 내 머리 위에서 구름들이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광경을 보고 황홀경에 빠졌었다.

지리산이란 단어를 볼 때마다 나는 그날 그 순간을 떠올리며 지리산에 대해 연모를 한다.

 

 

 

 

 

 

 

 

 

 

 

 

 

 

 

 

 

 

 

 

 

 

 

 

 

 

 

 

 

 

 

 

 

 

 

 

 

 

 

 

 

 

 

 

 

 

 

 

 

 

 

 

 

 

 

 

 

 

 

 

 

 

 

 

 

 

 

 

 

 

장터목대피소.

옛날엔 산청군 시천면 주민들과 함양군 마천면 주민들이 물물교역을 하던 장소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천왕봉으로 오르기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면서 항상 산행객들로 붐빈다.

비좁은 식당 탓에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이른 시각, 저녁을 먹었다.

 

잠시 밖으로 나왔을 때, 아뿔싸!

산 너머의 붉은 기운이 반야봉 위로 물들어 있다.

아쉬운 순간이다.

조금 더 일찍 식당에서 나왔더라면 더 멋진 일몰을 보았을 텐데.

어쩌겠는가, 또 오라는 메시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 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길 위에서의 생각,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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