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망봉 비박산행 1일
2011.12.31(토)
오금역(9:20)_ (점심)_ 국망봉 장암저수지(12:00)_ 신로령(3:00)_ 돌풍봉(3:25)_ 비박지(3:40)
한 해 마지막 날 그리고 새해 첫 날을 산에서 보냈다. 갑작스럽게 결정되고 우연치 않게 동행인들이 합류한 비
박산행이었다. 원래는 가족들과 남쪽 지방으로 여행을 떠날 참이었다. 그러나 몇몇 사유가 생기면서 주말 시
간이 나게 되었고, 서둘러 국망봉 나홀로 비박산행을 계획하였다. 그런데 출발 하루 전, 선자령 비박산행을 준
비하던 친구의 전화를 받고, 그와 그의 후배를 꼬드겨 내 편으로 넘어 오게 했다. 결국 셋이 함께 연말연시를
국망봉에서 보냈다.
국망봉은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과 가평군 북면 사이에 위치한 산으로, 높이가 1168에 이르니 화악산(1468) 명
지산(1267)에 이어 경기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한북정맥의 한가운데 놓여 있고,주능선이 15km에 이르
는 이른바 경기도의 지리산이다. 특히 겨울엔 그 유장한 능선따라 하얀 길이 끝없이 펼쳐져 가슴을 트이게 하
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나홀로 비박산행을 준비하며 이동까지 가는 버스편을 예약했으나, 동행인들이 생기면서 후배의 승용차를 타고
가 이동에서 점심을 먹고, 국망봉 휴양림 내에 있는 장암저수지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장암정수지 물이 꽁꽁 얼었다.
국망봉을 오르고 내려오는 코스는 모두 셋이다.
휴양림에서 바라보았을 때 왼쪽으로부터 1코스 2코스 3코스인데,
모두 상당히 가파른 지형이다.
우리는 1코스로 올랐다.
1,2 코스는 휴양림 한가운데를 통과해 오르고, 3코스는 휴양림 입장 전 오른쪽으로 오른다.
휴양림으로 들어가면 입장료 2천원을 지불해야 한다.
국망봉 휴양림은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신로령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경사면은 더욱 심해진다.
산행로가 긴 에스 자를 그리며 나 있다.
신로령이 보인다.
신로령에서 바라본 신로봉 방향.
신로령에서 바라본 광덕고개쪽 방향.
금년 3춸 초, 광덕고개를 출발해 저 길을 걸어 이곳까지 왔었다.
겨울 산행으로 이보다 나은 곳이 별로 없을 것이다.
방화선따라 시원하게 펼쳐진 설원의 세계가 매혹적이다.
배고픈 날 누룽지 한 조각 먹어보아라.
밥 짓다 태웠다고 푸념할 일이 아님을
꼭꼭 오래 씹어 본 사람은 그 맛을 알리라.
인생도 씹을수록 맛이 나는 누룽지처럼
더 타고 속이 타야 멋도 알고 맛도 알까?
누룽지, 정상현
그렇다. 겨울 이곳 한북정맥엔 태백산 덕유산 계방산산처럼 주목을 동원한 화려함은 없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걸으면 걸을수록 겨울의 참맛을 알 수 있는 곳,
광덕고개에서부터 길게 늘어선 능선이 국망봉에서 솟구쳤다가 오뚜기령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설원의 세계.
그래서 겨울이면 발걸음을 내딛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신로령에서 국망봉까지 이르는 동안,
개인들이 지어낸 산봉우리 이름들이 몇몇 등장한다.
삼각봉도 그 가운데 하나.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우리도 봉우리 이름 하나 짓자 하였다.
이날 우리가 산행 중 만난 사람은 모두 대여섯 명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가 비박지를 정하려고 할 때 즈음엔
비박배낭을 메고 온 사람 수 십여 명을 보았다.
한 해 마지막 날 그리고 새해 첫 날을 국망봉에서 지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돌풍봉.
국망봉에 이르기 전 헬기장 스타일의 장소가 여럿 있다.
돌풍봉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름만 들어도 비박할 마음이 안 드는 곳.
원래는 조금 더 국망봉 쪽으로 향해 걷다가 헬기장에서 비박하고 싶었다.
겨울산은 밤과 추위가 빨리 찾아 오는 법,
적당한 장소가 나타났을 때 그냥 집을 지었다.
바람이 불지 않는 쾌적한 곳, 윗동네엔 친구가 아랫동엔 내가 집을 지었다.
친구들의 집인 몽벨 텐트.
그 앞에 타프를 쳐서 식당을 만들었다.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아 그럭저럭 모여 앉아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장소였다.
눈이 내리는 날씨는 아니었다.
그러나 온도가 내려가면서 공기 중의 안개가 얼음으로 변해 텐트 위에 그리고 타프 위에 내려앉았다.
내 집 문을 열면 바라보이는 풍경.
저 언덕 위에서서 비박지를 찾는 산행객들이 여럿 있었다.
나는 빠꼼히 문을 열고 해가 떨어지길 기다렸다.
문제가 발생했다.
두 사람 모두 부탄 가스만 준비해 왔다. 점화가 될 리 없다.
결국 내 XK가스를 피워 끓인 물로 부탄 가스를 덥힌 후, 불을 켰다.
XK가스는 비상용으로 아껴 사용했다.
친구는 나와 여러 번 함께 비박을 즐겼던 고교 동기다.
게다가 그 후배도 내 친구와 함께 둘이 비박을 자주 다녔단다.
세 사람이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처럼 편안하게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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