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종주 비박산행 1,2일
2011.12.16_ 17(금,토)
설천봉(10:05)_ 향적봉(10:21)_ 중봉(11:03)_ 안성삼거리(11:30)_ 동엽령(1:10-43)_ 1380(2:49)_ 무룡
산(4:49)_ 삿갓재대피소(6:00)
예년과 달리 금년 겨울은 3한 4온의 계절적 특징이 잘 돌아가고 있어 주말마다 강추위가 몰아치고 있다.
이번 주말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비박동호회원들과 함께 덕유산 종주 비박산행에 나섰다.금요일 저
녁에 승합차로 성남을 출발해 덕유대 오토 캠프장으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즈음엔 이미 많은 텐트
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하루를 묵은 후 다음날 아침 첫 곤돌라로 덕유산에 오를
계획을 세웠다. 함께 한 인원은 나를 포함하여 모두 여섯 명.
9시가 다 된 시각, 덕유대 오토캠프장에 도착하다.
내일 일찍 움직이기 위해 각자의 텐트는 접어 두고,
차량에 함께 싣고 간 힐레베르그 알타이와 이름을 알 수 없는 4인용 텐트를 설치하다.
나는 4인용 텐트에서 동료와 함께 잠들다.
무주 곤돌라 탑승장, 9시에 첫 운행이 있는 것으로 알고 왔으나, 실제는 9시 30분이 첫 탑승.
사람이 몰리자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사람들을 설천봉으로 실어나른다.
곤돌라 탑승을 잘못하면 서너 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향적봉 정상의 상제루, 단단히 준비를 하고 산행에 나서다.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1614).
한라산,지리산,설악산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봉우리이고
금강산(1638)과 그 높이가 비슷하다.
덕유산은 주봉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남서쪽에 장장 30여 Km의 산줄기가 뻗어 있다.
생각보다 날씨는 춥지 않았던 상태, 바람도 강하지 않았다.
향적봉 대피소.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가는 길, 눈과 나무들이 멋진 향연을 하는 곳.
덕유산을 처음 찾았을 때 이곳에서 느낀 경이로움은 잊을 수가 없다.
덕유평전.
바람이 불어오고 쓸쓸함이 살고 있지만,
언제나 맺힌 가슴을 뻥 뚫어 주는 곳.
중봉, 바람이 세다.
당일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오수자굴쪽으로 향하지만 우리는 동엽령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내가 앉았던 자리가 그대의 지친 등이었음을 이제 고백하리. 그대는 한 마리 우직한 소.
나는 무거운 짐이었네. 그대가 가진 네 개의 위장을 알지 못하고 그대를 잘 안다고 했네.
되새김 없이 저절로 움이 트고 꽃 지는 줄 알았네. 그대가 내뿜는 더운 김이 한 폭의 아
름다운 설경(雪景)인 줄 알았네. 그저 책갈피에 끼워 둔 한 장의 묵은 추억으로 여겼네.
늦은 볕에 앉아 찬찬히 길마에 해진 목덜미를 들여다보니 내 많은 날이 얼마나 가벼웠는
지 알겠네. 거친 숨 한 발 한 발 내딛는 그대를 바라보며 기도하는 성자를 떠올리네.퀭한
눈 속의 맑은 눈빛을 생각하네. 별이 식어 그대의 병이 깊네.
겨울에게 / 마경덕
안성삼거리
동엽령, 북덕유산과 남덕유산을 이어주는 곳이자 종주 산행객에겐 쉼표다.
동엽령 데크는 언제나 점심을 먹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왼쪽 높은 봉우리가 향적봉이고 오른쪽은 중봉,
그리고 앞 낮은 지대가 동엽령이다.
뒤돌아 보고, 앞을 보아도 장대한 산줄기가 압도해 온다.
이 능선에 올라서면
우리의 세상살이가 얼마나 속 좁고 부질없는 것인지 알 수 있다.
겨울 산행에서 이런 모습들을 보노라면
내 신경 세포 하나하나에 맑은 겨울 바람이 들어와
내 몸이 새로와짐을 느낀다.
금년 1월, 낮기온이 영하 17도를 오르내리던 날,
고교 동기 둘과 함께 이 길을 걸었다.
그때는 남덕유에서 북덕유로, 오늘은 북덕유에서 남덕유로 걷는다.
무척 추웠던 그날, 하늘은 맑았다.
그러나 오늘은
바람이 불었다 그쳤다, 하늘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며 변화무쌍한 날씨다.
인생도 그러하지 않던가.
덕유산 종주길에 만나는 또하나의 산, 무룡산(1492)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하다.
왼쪽이 남덕유산(1507), 오른쪽이 서봉(1492), 지는 해 바로 앞의 삿갓봉(1419).
박배낭을 메지 않았으면 이렇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노을을 즐기지는 못하리라.
해가 져도 두려움이 없다.
내 배낭 속엔 나의 집과 나의 먹이가 있다.
삿갓재 대피소.
이곳까지 오는 동안 몇몇의 비박지를 지났다.
드넓은 설원 위에 자그마한 집을 짓고, 바람소리를 벗 삼아 하룻밤 잠을 자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선두가 그냥 어찌어찌 오다 보니 대피소까지 와 버렸다.
엄청난 무게의 겨울 박배낭을 메고 왔지만,
계획과는 달리 결국 이곳에 머물기로 하다.
우스꽝스런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어찌 인생사가 계획대로만 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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