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길/비박산행

함백산 비박산행 1일

난다데비 2011. 12. 13. 09:00

 

 

2011.12.9(금)

 

 

동서울터미널 출발(9:30)_ 고한터미널 도착(12:15)_ (점심, 택시로 이동)_ 두문동재 터널 옆 도착(1:18)_

두문동재 등산로 입구(3:22)_ 비박지 도착(4:14)

 

 

지난 주, 영동 지역에 큰눈이 내렸다. 함백산 비박산행을 마음먹고 준비를 했다.  백두대간의 경로를 따라,

방재를 출발해 제2 쉼터의  샘터에서 비박을  하고,  두문동재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한 후,  버스 예매까

지 다 마쳤다. 반대편 코스를 택하는 것보다는 조금 힘이 더 들지만, 겨울 추위를 피하려면 샘터 비박이 알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떠나기 전날 부랴부랴 계획을 바꾸었다. 계획을 세운 후 폭설이 몇 번 더 있었고, 떠나기 전날도 폭

이 예고되었다.  화방재에서 출발할 경우,  러셀을 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당일 배낭을 메고

도 비박지까지 네 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는데 만일 길이 안 좋다면 해가 지기 전까지 도착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다가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샘터까지 가는 길에 눈이 잔뜩 쌓여 길이 사라졌다. 떠나기 몇 시간

전,  버스 예매를 수정하고 두문동재를 출발점으로  변경했다.  함백산 정상을 밟은 후  만항재로 내려가는

길 또는 만항재 근처 적당한 곳에서 비박을 하기로 했다.  금년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주말에 찾아올 것이

라는 예보에 따라 단단히 준비했다.

 

 

이번 비박의 고달픔은 첫 단추부터 시작되었다.  불면의 밤을 보내며 뒤척이다,  새벽 4시가 지나서야 눈을

붙였고, 아내가 흔들어 깨워 눈을 뜨니 출발 시각인 7시 40분이다. 동행하기로 한 아이포토님 전화가 몇 통

와 있다. 통화를 한 후, 서둘러 나서서 9시 30분 차를 겨우 탈 수 있었다.

 

 

 

 

 

 

 

 

고한터미널 구내 식당, 가격 6천원.

근처에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없다.

 

 

 

 

 

 

 

 

택시비 1만원을 지불하고 내린 두문동재 입구.

그 옛날 고한과 태백을 연결해 주던 길이다.

그러나 지금은 왼쪽에 고개를 뚫어 터널을 만들고 새 길이 생겼다.

함백산 등산을 하려면 이 고개 언덕으로 가야 한다.

평상시에는 차가 오를 수 있는데, 지금은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차에서 내렸을 때 만난 한 분이 과연 등산을 할 수 있을런지 의문을 나타낸다.

이때까지만해도 우리는 아무런 의심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때로는 빨리 걷기 위해 지름길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워낙 눈이 많이 쌓여 길을 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경치 하나는 끝내 주었다. 그러나......

 

 

 

 

 

 

 

 

점점 더 깊은 눈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

러셀을 하며 앞으로 나가야 했으니, 무척 힘들었다.

폭설 정도로만 알려졌던 이 지역의 일기예보가, 어젯밤 갑자기 대설주의보로 바뀌었다.

눈이 무릎까지 올라온다. 한 걸음 한 걸음도 힘겹게 걷는다.

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추운데서 자랐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맑지만 창백한 모습이었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꽃은 제대로 피우지 못하면서
꿈의 키만 높게 키웠다
내가 자라던 곳에는 어려서부터 바람이 차게 불고
나이 들어서도 눈보라 심했다
그러나 눈보라 북서풍 아니었다면
곧고 맑은 나무로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몸짓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외롭고 깊은 곳에 살면서도
혼자 있을 때보다 숲이 되어 있을 때
더 아름다운 나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자작나무 /  도종환

 

 

 

 

 

 


 

 

 

 

 

 

 

 

 

 

 

 

 

 

 

 

 

 

 

 

 

 

 

 

 

 

 

 

 

두문동재, 높이가 1268미터이니 웬만한 산 두 배 높이다.

함백산으로 오르는 길, 눈이 쌓여 길이 사라졌다.

워낙 길이 좋아 러셀을 하며 나아갈 수도 있겠지만, 무리다 싶다.

어제 저녁 이쪽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을 때, 이 상황을 예견했어야 했다.

 

 

 

 

 

 

 

 

맞은편에 있는 금대봉 방향, 이곳도 길이 완전히 막혔다.

 

 

 

 

 

 

 

 

 

 

 

 

 

 

 

 

 

영하 8도의 날씨, 일기예보가 정확하다.

산행 중 7,8도 밤에는 영하 14도까지 내려간다고 예보되었다.

 

 

 

 

 

 

 

 

우리는 두문동재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결국 함백산 등산을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해, 태백 방향의 길로 내려갔다.

두문동재는 고한과 태백이 만나는 지점인데, 고한 방향과는 달리 태백 방향은 눈을 치운 흔적이 있다.

그러나 그 길 위에 눈이 또 내려, 차는 다닐 수 없었겠지만 걷기에는 편했다.

 

 

 

 

 

 

 

 

 

 

 

 

 

 

 

 

 

 

 

 

 

 

 

 

 

 

 

 

 

환상적인 비박지를 찾았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그랬다.

화장실이 있고, 샘터도 있고, 마당은 평편하고 넓었다.

 

 

 

 

 

 

 

 

멋진 모습의 설경을 뒷동산 삼아 텐트를 치다.

 

 

 

 

 

 

 

 

 

 

 

 

 

 

 

 

 

이번 비박에는 샹그릴라를 갖고 가 식당으로 활용했다.

비박지 샘터에 가니 너덜샘터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처음엔 이해를 못했는데, 펙을 박으면서 보니 지면에 온통 잔돌이 깔려 있다.

돌 사이에 펙을 박았기 때문에 텐트가 단단하게 고정이 안 되었다.

이런 상황이 당시까지만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번 겨울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소토 마이크로 레귤레이터 스토브와 이피아이의 파워 차져.

둘을 조합해 사용한 결과 일반 이소 부탄 가스로도 충분히 화력을 유지했다.

이날 함께 갖고 간 XK130은 물론 쨍쨍한 화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고.......

 

 

 

 

 

 

 

 

라면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러나 비박산행을 다니면서 어쩔 수 없이 이 라면 저 라면 맛을 보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아이포토님이 사 오신 꼬꼬면이다.

처음 맛 보았는데, 내 입맛에 딱이다.

그러나 또 모른다. 한때는 멸치 칼국수에 푹 빠졌었는데 몇 번 먹어 보니 그 짠맛에 질렸었다.

 

 

 

 

 

 

 

 

비록 어둡지만 하늘은 파랗다.

딱 기분 좋을 만큼의 차거운 밤바람이 분다.

튼튼하고 아늑한 잠자리가 있다.

기분 좋게 술에 취했으니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이 모든 것은 다음에 닥쳐 올 시련에 대한

태풍의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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