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길/비박산행

지리산 서북능선 종주 비박산행 1일

난다데비 2011. 5. 31. 13:00

 

 

2011.5.28(토)

 

 

동서울버스터미널 출발(12:00)_ 인월 도착(3:30)_ (아침식사)_ 인월버스터미널 출발(4:50)_ 들머리(5

:15)_ 덕두봉 정상(7:17)_ 바래봉(8:24)_ 팔랑치(9:00)_ 부운치(10:19)_ 세동치(11:39)_ 세동치 샘, 점

심(11:46-1:30)_ 세걸산(1:47)_ 큰고리봉(4:19)_ 정령치(4:41)_ 만복대(6:32)_ 묘봉치(7:50)

 

 

 

그토록 가 보고 싶던 지리산 서북능선을 친구와 함께 종주하고 왔다. 일정을 잡고 일주일 전 버스 예약

을 하려니, 정규 버스표는 이미  매진되어 임시 증차된 것을 이용해야 했다. 아무래도 바래봉 철쭉철이

라 사람들이 몰린 탓이리라.

 

 

흔히 지리산 종주라할 때 의미하는 능선은 주능선이다.  그러나 지리산엔 주능선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주능선을 둘러싸고 외곽능선들이 여럿 있어 그 장엄함을 더하고 잇다. 그 외곽능선 가운데 장쾌하게 뻗

은 것이 바로 서북능선이다.22km가 넘는 거리에,1000m가 넘는 숱한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걷기에 쉽

지 않은 코스다. 게다가 20kg이 넘는 비박배낭을 메었으니.......그러나 눈 앞에 펼쳐지는 주능선의 굽이

굽이들을 보고 걷느라면 그 힘겨움도 어느새 날려버린다.

 

 

성삼재에 먼저 올라 인월까지 가는 것이 좀더 수월하지만, 우리는  반대의 코스 즉 인월에서 성삼재까지

오르는 길을 택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첫 종주라 내려가는 코스보다 올라가는 코스로 가고 싶었고,

또 다른 이유는 교통편 때문이다. 성삼재에서 출발하려면 기차편으로 가야 한다. 주능선 종주를 위해 기

차편을 이용할 때마다 잠을 자지 못해 애를 먹은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래서 아무래도 잠을 자기 편한 버

스를 이용하고 싶었다.그러나 실제 이날 버스에서도 잠을 자지 못해 결국 꼬박 밤을 세운 상태에서 기나

긴 서북능선을 걸어야 했다.

 

 

인월에 내린 시각은 3시 30분. 대부분 백무동으로 가고 10여 명이 내렸다. 서북능선을 타기 위해 준비하

는 사람들은 우리 둘 뿐이다.  버스 정류장 앞 마트에서 라면을 사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짐을 정리한

후 들머리로 향했다. 서울을 출발할 때, 비박산행 차림의 사람들을 많이 보았는데 그들은 다 어디돌갔단

말인가?

 

 

들머리 찾기

버스에서 하차하는 패밀리 마트에서 직진하여 굿모닝마트와 파출소 사이의 길로 꺾어지면 구인월교가

나온다.__ 다리를 건너 3,4분 직진하여(차도) 산내방면과 흥부골자연휴양림 갈림길에서 휴양림쪽으로

향한다__ 즉시 왼쪽에 마을 정자가  나타난다.  정자와 마을회관을 지나 세갈래 길에서  우측 마을길을

따라 걷는다__ 마을길에는 여러 조그만 샛길들이 있지만 모두 무시하고 처음 꺾어졌을 때의 그 큰길을

따라 4,5분 걷는다.__ 태극문양이 있는 진주강씨 재실이 등장한다. 그 재실 오른쪽으로 조금 걸으면 산

길 진입 이정표가 등장한다.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패밀리마트

        *구인월교

        *산내방향과 흥부골자연휴양림 갈림길

        *정자. 바로 옆에 마을회관이 있다.

 

 

 

 

 

 

 

       *진주강씨 재실

       *산행 진입로

 

 

 

 

 

 

 

 

산에 들어서자마자 깊은 숲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키보다 큰 잡목들의 가지가 팔을 간지럽힌다.

일찍 일어난 새들의 합창소리도 요란하다.

 

 

 

 

 

 

 

안개가 짙게 깔렸고,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진다.

살포시 젖어드는 배낭을 보며 걱정이 되었다. 분명 비 소식은 없었는데.......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우리를 위한 하늘의 배려였다.

 

 

 

 

 

 

 

 

갈래능선을 지나 덕두봉 정상으로 오르다 나무 사이로 운해를 보다!

파도가 넘실거리며 봉우리와 봉우리를 넘나들고

골짜기를 따라 물결치고 있었다.

우리가 만일 마트 앞에서 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했다면 바래봉에서 기가 막힌 운해를 보았을 텐데.

아쉬움은 남지만 이 장면만으로도 황홀하다.

 

 

 

 

 

 

 

 

 

 

 

 

 

 

 

초라해 보이는 덕두봉 정상 표지판.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배포한 안내 지도에서는 서북능선에서 덕두봉을 제외하고 있다.

운봉마을에서 바래봉으로 직접 오르는 것이 표준 지도다.

그러나

(구)인월에서 덕두봉을 올라 걷는 것이 서북능선을 온전하게 밟는 코스다.

 

 

 

 

 

 

 

 

 

 

 

 

 

 

 

 

 

 

 

 

 

 

 

 

 

 

 

 

 

 

 

 

 

 

 

 

 

 

 

 

 

 

 

 

 

 

 

 

 

 

 

 

 

 

 

 

덕두봉 오르는 길에 어제 비가 온 탓인지 낙화한 철쭉들이 길에 너부러져 있었다. 그렇다면 바래봉은?

게다가 철쭉제가 지난주에 끝났다.

조금은 마음 졸이며 올랐는데, 철쭉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래봉 정상에 올라서면 동서남북 거칠 것이 없다.

지리산 주능선이 바로 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정상 바로 아래 넓은 평원의 녹색지대와 철쭉이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낸다.

 

 

 

 

 

 

 

 

 

 

 

 

 

 

 

지리산 세석고원의 철쭉은 연분홍을 띠는 반면,

이곳의 철쭉은 온통 붉은 빛을 낸다.

바래봉 주변은 농업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 남원지소가 면양 자연 방목을 위해 잡복을 제거하여

초지 일색이다.

그 초지 위에 점점이 군락을 이루어 핀 붉은 철쭉의 모습은

천상의 낙원을 방불케 한다.

 

 

 

 

 

 

 

 

 

 

 

 

 

 

 

 

 

 

 

 

 

 

 

 

 

 

 

 

 

 

 

 

 

 

 

 

 

 

 

 

 

 

 

바래봉 철쭉은 바래봉 근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래봉에서부터 이곳 팔랑치까지 계속 릴레이를 하며 꽃을 피우고,

이곳을 지나 만복대까지도 드문드문 서로를 이어간다.

 

 

 

 

 

 

 

 

 

 

 

 

 

 

 

 

 

 

 

 

 

 

 

 

 

 

 

 

 

 

 

 

 

 

 

 

 

 

 

 

 

 

 

 

 

 

 

 

 

 

 

 

 

 

 

그대 바라볼 수 있음은

소리치지 못하는 환희입니다.

 

화냥기라구요?

아니에요, 그저 바라만 보다가 시드는

바래봉 노을입니다.

 

아니 노을 같은 눈물입니다.

눈물 같은 고백입니다.

 

_ 권경업, 바래봉 철쭉

 

 

 

 

 

 

 

 

 

 

 

 

 

 

 

 

 

 

 

 

 

 

동편제의 고장인 운봉마을.

 

 

 

 

 

 

 

 

 

 

 

 

 

 

산 속 팔랑마을과 구름에 가려진 천왕봉.

 

 

 

 

 

 

 

 

 

 

 

 

 

 

세동치 샘. 점심을 먹으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다.

근처에 넓은 공터가 두 군데 있다.

 

 

 

 

 

 

 

 

세걸산에서 큰고리봉까지의 구간이 가장 힘든 코스다.

높고 낮은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린다.

어제 내린 비로 땅이 물에 젖었고, 드문드문 드러난 나뭇가지,

게다가 경사진 너덜지대가 있어 자칫하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지리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자녀들을 데려 온 젊은 부부들도 더러 눈에 띄였는데,

아이들이 대부분 운동화를 신었다.

보는 내가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실제 엉덩방아를 찧는 장면을 많이 목격했다.

 

 

 

 

 

 

 

 

 

 

 

 

 

 

앞에 높게 솟아오른 봉우리가 반야봉.

서북능선을 종주하며 계속 얼굴을 맞대게 된다.

어떤 때는 가오리가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여인의 젖무덤도 되면서

보는 각도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뒷줄기에서 가장 높게 삼각형으로 솟아 오른 곳,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이다.

노고단에서 시작해 반야봉에서 솟구쳤던 줄기가 천왕봉으로 도도히 흐른다.

 

 

 

 

 

 

 

 

앞이 큰고리봉, 뒤에 정상 부근이 넓직한 곳이 만복대다.

둘 사이에 정령치가 있다.

 

 

 

 

 

 

 

 

 

 

 

 

 

 

1304m의 큰고리봉. 조망이 탁월하다.

큰고리봉을 넘기 전, 비박산행에 나선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모두 바래봉 방향으로 향한다. 만복대 방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우리 둘뿐이다.

 

 

 

 

 

 

 

 

걸어온 길. 오른쪽 끝이 바래봉이다.

 

 

 

 

 

 

 

철쭉과 반야봉

 

 

 

 

 

 

 

정령치를 넘는 차도가 보이고 그 뒤에 만복대가 서 있다.

 

 

 

 

 

 

 

정령치 휴게소. 앞에 넓직한 주차장과 자그마한 공원이 있다.

차로 이곳까지 올라와 간단하게 큰고리봉까지 오르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지리산으로 피난해 들어온 마한의 한 부족국가가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장군으로 하여금 이곳을 지키게 했다는 전설에서 정령치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사방에 복을 내려준다는 만복대.

특이하게도 산정능선이 약 200미터나 뻗어 있어,

멀리서 보았을 때는 마치 초가집 지붕을 연상케 한다.

 

 

 

 

 

 

 

길게 뻗은 산정능선. 그리고 그 맞은편에 반야봉.

 

 

 

 

 

 

 

만복대에서 묘봉치로 내려가는 길. 가을이면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다.

 

 

 

 

 

 

 

여기도 어김없이 철쭉이 드문드문 눈에 들어온다.

 

 

 

 

 

 

 

노고단과 성삼재 방면.

 

 

 

 

 

 

 

 

 

 

 

 

 

 

 

 

 

 

 

 

 

묘봉치.

원래는 만복대 근처에서 노숙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적절한 장소를 찾는데 실패하고 계속 전진!

성삼재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묘봉치 근처에서 노숙을 하다.

만일 아침 식사 시간을 줄이고, 느긋하게 먹은 점심 시간도 조금 줄이면서 서둘렀더라면

비박배낭을 메고 서북능선을 종주할 기세였다.

밤이 깊어지면서 날씨가 쌀쌀해진다.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다......지리산 품 속에서 잠이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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