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길/비박산행

주금산 비박산행 2일

난다데비 2011. 4. 14. 10:00

 

 

2011.4.9(토)

 

 

비박지 출발(10:15)_ 비금리갈림길(10:45)_ 내방리갈림길(12:05)_  팔야리갈림길(12:17)_  천마산

9.2(1:51)_ 진벌리갈림길(2:28)_ 진벌리 마을, 점심(3:35-4:43)_ 검단리 입구(5:09)

 

 

 

텐트 문을 열었다. 뜨는 해를 보고자 했는데, 늦잠을 잤다. 앞산에 안개가 자욱하고 태양은 어느 정

도 올라와 있다.  독바위 있는 곳으로 올라 주변을 둘러보며 산책을 하고 내려온 후 아침 식사를 했

다.

 

어제 저녁 9시 쯤 온도계를 보니 4도, 바람도 심하지 않고 2,3정도의 풍속이었다. 금년 들어 처음 롤

매트리스를 깔고, 몽벨 침낭인 울트라 라이트 슈퍼 스파이럴 다운허거 #3를 덮고 잤다. 처음엔 너무

얇지 않나 걱정을 했는데, 아무 탈이 없이 잠에서 깼다.

 

 

 

 

 

 

 

서리산과 축령산에 운해가 깔렸다.

상쾌한 아침이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산행객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일찍 비박지를 떠났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비금리계곡 갈림길까지 가는 동안, 만난 산행객이 하나도 없었다.

 

 

 

 

 

 

 

 

비박지여 안녕!

이제 삼계절용 장비를 꾸리다 보니 트리코니로도 충분하다.

한여름철에도 대형 배낭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60리터 배낭으로도 충분히 비박장비들을 꾸릴 수 있다.

과도한 짐은 산행의 즐거움을 반감시키고, 자신의 몸을 학대한다.

타인에 대한 학대 못지 않게 자신에 대한 학대도 범죄다.

 

 

 

 

 

 

 

 

 

 

 

 

 

 

 

비금리계곡 하산길.

만일 가평쪽에서 올라왔다면 이 길로 왔을 것이다.

 

 

 

 

 

 

 

이 등산로엔 유난히도 물푸레나무가 많다.

 

 

 

 

 

 

 

 

 

 

 

 

 

 

 

 

 

 

 

 

 

헬기장도 유난히 많다.

지난번 백운산 산행 때 물 고생을 해 이번엔 식수 준비를 철저히 했다.

 

 

 

 

 

 

 

 

 

 

 

 

 

 

 

 

 

 

 

 

 

 

 

 

 

 

 

 

 

 

 

 

 

 

 

 

 

 

 

 

 

 

 

새들의 털갈이 흔적.

 

 

 

 

 

 

 

 

 

 

 

 

 

 

 

 

 

 

 

 

 

 

나의 가장 취약점 가운데 하나가 이름 기억을 못하는 것이다.

친구들 역시 오랫동안 자주 만나지 않고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인생에서 상당히 마이너스다.

심지어 얼마 전 장인이 돌아가셨을 때, 부조한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을 연결하지 못해 애를 먹은 적이 있다.

 

꽃이름도 마찬가지다.

야생화의 유별난 이름을 잘도 기억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

그러나 부끄럽지는 않다.

그들 못지 않게 이들을 사랑하고 마음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봄의 들판은 어디나

아직 텅 비었는데

논둑 구석 자리

그들 초가집엔 벌써

노란 꽃불 초롱들이 내걸렸다.

 

국어 사전의 한 구석 자리도 차지하지 못한

그런 성과 이름을 가진 꽃

바람의 나라에나 가서 물으면 알 수 있을까.

 

목덜미털 보송보송한 꼬마 햇살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뺨을 부빈다.

그들에게서

봄의 입김이 당겨 온다.

 

별나라의 봄도

달나라의 봄도

우리 강산의 봄도

이름 모를 꽃에게서

먼저 피어난다.

 

_ 박두순, 이름 모를 꽃에게

 

 

 

 

 

 

 

원래 계획은 금단이고개에서 수동 방면으로 하산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찌 걷다 보니 철마산 정상 바로 아래 지점까지 왔다.

여기서 하산을 하다.

 

 

 

 

 

 

 

 

 

 

 

 

 

 

 

 

 

 

 

 

 

 

 

 

 

 

 

 

 

 

 

 

 

 

 

 

산행로 입구다.여기서 조금 내려가면 진벌리 마을이다.

 

 

 

 

 

 

 

 

 

 

 

 

 

 

 

진벌리 마을 버스 종점이다.

식당을 찾았다. 유일하게 있는 한식당이 문을 닫아 중화요리집으로 들어갔다.

짬뽕밥에 소주 한 병으로 산행을 마무리 한다.

 

 

 

 

 

 

 

 

나이 드신 여자 한 분이 들어오셔서 주인 내외와 이야기를 나눈다.

잠시 후, 연세가 70이신(나중에 대화를 통해 알게 됨) 남자 한 분이 정장을 차려 입고 들어오신다.

분위기가 묘하다고 느끼는 순간,

주인 내외가 그 남자분에게 먼저 와 계셨던 여자분에게 데이트 신청하라고 분위기를 잡는다.

물론 두 분은 같은 동네분이고 이미 가까운 사이인 듯하다.

네 사람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니, 여자분은 혼자 사시고, 남자분은 그 여자분에 관심이 무척 많다.

민망한 듯 여자분은 자꾸 내게 산행에 대해 묻고, 남자분은 무뚝뚝한 채 슬금슬금 여자분 옆으로 몸을 움직인다.

입은 굳게 닫고 있었지만 남자분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원래는 진벌리 종점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가 있는 곳까지 마을 버스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버스 시간의 간격이 너무 크고, 걸어서 고작 15분 정도란다.

술 한 병을 비우고 걸어서 서울행 버스가 있는 곳으로 향하다.

 

 

 

 

 

 

 

검단리 입구 버스정거장. 여기서 1번 버스를 타면 동서울 터미널까지 간다.

버스도 자주 있는 편이다.

버스를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지나가던 승용차가 잠시 서더니 문을 열고 누군가 손을 흔든다.

아까 식당에서 만났던 네 분이다.

드디어 데이트를 하러 어딘가로 가는가 보다. 식당 내외분은 분위기를 잡아주기 위해 식당문까지 닫은 모양이다.

인생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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