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고개_ 강씨봉_ 오뚜기고개 비박산행 3일
2011.2.6(일)
비박지 출발(8:50)_ 강씨봉 갈림길(9:47)_ 논남 종점(10:50)_ 75번 국도(11:50)_ 목동 종점(12:39)
어젯밤에는 잠을 편하게 자지 못했다. 이상하다. 처음 비박을 다닐 때는 잠에서 한번도 깨지 않고 곤
하게 떨어져 숙면을 했다. 그런데 요즈음은 집에서처럼 한반중에 잠시 눈을 뜨는 때가 많아지고 있
다. 비박에 익숙해진 탓인가?
원래 계획은 청계산 운악산을 거쳐 하산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오뚜기
고개에서 그냥 가평쪽 논남기로 하산을 결정한다. 준비성 많은 회원이 그곳에서 12시 버스가 있다고
한다. 천천히 걸어서도 닿을 수 있는 시각을 택해 하산을 시작한다.넓직한 임도요 사륜구동 동호인들
이 즐겨찾는 길이다.
비박지를 떠나기 전 포천 방향을 내려다 보았다. 어젯밤 그렇게 별이 쏟아지더니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시야 확보가 잘 된다. 수묵화로 그려놓은 듯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오프 로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딱 좋게 울퉁불퉁 패인 도로가 곳곳에 있다. 그리고 그들이 다녀간 흔
적도 여러 곳에 널려 있다.
가평천. 하류 지점까지 계곡이 꽁꽁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상당한 거리를 얼음 위로 걸어 간다. 어린 시절 겨울이 되면 내 고향 춘천의 소양강은 전체가 이런 얼음으로 뒤덮였다. 물론 스케이트를 타던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집에서 직접 만든 외날 썰매를 타곤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모습도 보기 힘들다. 에전만큼 춥지도 않지만, 물이 오염되어 잘 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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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꽁꽁 얼었지만, 어떤 곳은 얼음 숨구멍이 있어 위험했다. 실제 이날 한 사람이 걸을 때 얼음이 꺼져 고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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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여기서 깜짝 놀랐다. 사진으로 보면 평면적이라 정확히 볼 수 없지만, 상당히 재미있는 지점이다. 거의 직각에 6,70센티미터 정도의 높이로 돌이 솟아 있고, 그 아래 지점은 푹 파여 있다. 이런 길을 차로 오른단 말인가?
도성고개로 오르는 길. 일동에서 오르는 것보다 완만하다고 한다. 오프 로드 차량들에 대한 통행 제한 뜻으로 차
단기가 있는 듯하다.
마지막 지점 근처, 잣나무숲이 우거져 있다. 이 근처에서 오토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다.
자연휴양림
논남 종점. 생각보다 빨리 내려왔다. 여유있게 내려왔다고 좋아하는 순간, 아뿔싸! 이 근처서 만난 동네 주민이 버스 시간표가 열흘 전 바뀌었다고 전해 준다. 오후 2시에 있단다.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 우리는 좀더 걸으며 점심 먹을 곳을 알아 보기로 하다.
그러나 가끔씩 보이는 식당마다 모두 문을 닫았다. 이 지역은 모두 여름 한철 장사를 하는 곳인데다가 구정 연휴 기간이라 가끔 있을 법한 문 연 식당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크게 써 놓은 '백숙'이란 글자들이 더 배고프게 만든다.
한 시간을 걸어 가평천 끝까지 오다. 제법 마을 규모가 크다. 그러나 역시 식당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어쩌겠는가. 슈퍼에서 라면을 사 끓여 먹기로 하다. 이때 한 사람이 꽤를 냈다. 슈퍼 앞에 트럭이 한 대 있다. 그것을 이용해 목동까지 갈 계획을 세운다. 이때까지만해도 이 아이디어가 환상적이라 여기며 모두 좋아했다.
그러나 그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25분 정도를 가야하는데, 트럭 위에서 맞닥뜨려야 할 칼바람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 어떤 비박지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칼바람을 견뎌야 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간적 대우를 포기한 시베리아 정치범들의 이감 장면을 연상해야 했다.
목동 버스 종점. 매시 15분마다 청량리로 가는 버스가 출발한다. 근처 식당에서 꿀맛같은 점심을 먹은 후, 버스에 오르다. 아무래도 서울까지 길이 막힐 것 같아, 가평까지 나간 후, 경춘선 지하철 가평역으로 가다.
가평역. 옛 가평역은 버스 종점에서 가까웠다. 그러나 지하철이 생기며 신축된 가평역은 걸어서 20분이 넘게 걸렸다. 올라탄 경춘선, 역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산 위에서의 시간은 행복했는데, 내려와서의 시간들은 왜 이리 개고생인가? 어차피 우리의 삶 자체가 그런 것이라 자위하며 전철 기둥에 몸을 기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