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산_운문산 비박 산행 1일
2010.11.20(토)
석남사 입구(2:50)_ 가지산127갈림길(3:20)_ (알바)_ 임도(5:57)_ 비박지(6:20)
영남알프스와 깊은 사랑에 빠졌다. 금년에만 벌써 세 번째 산행을 다녀왔다. 그러나 앞서 두 번의 산
행에서 영남알프스의 대장격인 가지산과 운문산을 둘러보지 못해 못내 아쉬었는데, 이번에는 바로
그 두 산의 품 안으로 들어가는 기쁨을 맛보았다.
울산까지 기차를 이용한 다음, 울산역(통도사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석남사 입구까지 갔다. 만일
나홀로였다든지 서울 친구들과의 산행이었다면 야간버스를 이용해 언양까지 간 다음, 석남사로 향
하는 방법을 썼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산행은 춘천 친구들과의 산행, 그들이 정한 시각에 따라 움직
였다.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석남사 입구. 석남사는 비구니 사찰이다.
우리가 올라서야 할 능선. 능선 가운데 보이는 바위가 귀바위? 쌀바위? 사진을 찍을 땐 알았는
데 막상 정리하면서 생각해 보니 무슨 바위인지 도통 모르겠다. 어쨌든 능선을 바라보며 오른
쪽이 귀바위고 왼쪽이 쌀바위다.
청운교. 이 다리를 건넌 다음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다.
가지산 127지점. 바로 이 지점에서 오늘의 문제가 발생했다. 표지판 오른쪽 길에 누군가 개인이 만들어
놓은 정상 가는 길 종이가 걸려 있다. 그런데 직진하는 길이 더 넓었고, 안부까지 더 빨리 오르는 길 같
아 보였다. 결국 직진하는 길을 택해 걸었는데, 점점 길이 희미해지더니 나중엔 우리가 길을 만들며 나
가야 했다.
점점 길이 아닌 길을 걷게 되었다. 사실 산행지도를 보면 길이 아주 간단하다. 그러나 실제 산 속에 들어가면 사
람들이 만들어 놓은 길이 숱하게 많다. 오늘 함께 산행한 사람은 모두 일곱. 그 가운데 이 산에 와 본 사람은 하
나도 없었다. 안전하게 길을 확인하며 걸어야 했는데.......마음 속으로 자위를 한다. 우리의 삶도 이처럼 궤도를
벗어나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 않는가?
서산엔 해가 벌써 넘어가고 있었다. 마음들이 급해졌다. 석남사에서 한 시간이면 임도에 닿아야 하는데, 우린
아직도 이름 모를 골짜기에서 헤매고 있었다. 나중엔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잘못 들어선 길에서도 잘만 찾으
면 정상적인 산행로가 있었다. 무심코 걸은 것이 실수였다.
때론 거의 직각에 가까운 길을 올라야 했다. 앞사람이 오를 때 밟은 돌덩이가 굴러떨어지고, 나무를 잡고 오르
려면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나왔다. 아슬아슬한 순간을 몇 번 넘기며 땀이 온몸을 적셨다.
임도에 올라섰다. 귀바위 바로 밑 지점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언양의 불빛을 바라보다. 벌써 해는 졌다.
보름달을 벗삼아 잠시 걸어 커다란 소나무가 있는 쉼터에 도착하다. 그리고 그 옆 전망대 데크에
서 짐을 풀었다.
비비색을 가져온 사람들은 데크에 이부자리를 폈고, 텐트를 갖고 온 사람들은 데크 앞 마당에 집을 지었다. 앞
은 나의 인테그랄디자인의 mk1 lite, 뒤는 티피텐트인 친구의 코베아 파빌리온. 데크에 모여 앉아 저녁을 먹고
파빌리온에서 2차 모임을 갖다. 잠시 파빌리온에서 나오니 산 아래 세상에서도, 산 위 하늘세상에서도 빛이 반
짝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 머리에 빛을 단 사람이 씩씩거리며 지나간다.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중이란다. 그 왕
성한 체력이 부럽긴 하지만, 눈과 마음에 산을 담지 못하는 그런 산행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