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산 비박 산행 1일
2010.7.7.28(목)
청량리 출발(1:50)_ (1330-44 버스 이용)_ 현리 도착, 준비(3:51)_ (택시 이동)_ 마일리 국수당, 산행 시작(4:15)_ 우정고개 갈림길, 비박지 도착(5:32)
친구와 함께 연인산 비박 산행을 했다. 청량리 롯데백화점 앞에서 만나 점심을 하고 청량리 환승센타에 가니, 아뿔싸 현리로 가는 1330-4 버스를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 만났을 때, 기다리는 시간을 확인 안 한 것이 불찰이었다. 지루하게 40여 분 기다리는데 현리를 거쳐 현등사로 가는 1330-44 버스가 나타난다. 낼름 올라타다.
찻길이 막혀 현리까지 두 시간이나 걸렸다. 현리에서 물건을 준비하고 택시(1만원)를 이용, 마일리까지 갔다. 현리에서 마일리로 가는 버스가 10시 40분과 6시 20분밖에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
산행로 입구 초입부터 물소리가 요란하다. 조금 걸었는데도 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땀으로 범벅이 되어 시원한 계곡물에 연신 세수를 하고 머리를 적시며 올랐다.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려 우정고개 갈림길에 도착, 좌우로 나뉜 길에서 왼쪽길로 접어 든 다음 몇 걸음 그리고 비박지에 도착하다.
수백 아니 수천 그루의 잣나무가 빽빽하게 하늘을 가리고, 게다가 평편한 곳이 많아 비박을 하기엔 더할나위 없는 곳이다. 주말이면 더러 사람들이 눈에 뜨이겠지만, 평일인 탓에 우리 둘만이 이 호화로운 비박지에 짐을 풀었다. 여느 때처럼 친구와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여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끝에 정신을 잃고 깊은 잠에 빠졌다. 풋풋한 잣나무 향기와 솔솔 온몸을 휘감는 은은한 바람과 함께. 25도가 넘는 밤을 열대야라고 했던가. 이곳에선 열대야란 먼 나라의 먼 이야기다.
출발점
아마도 이 지점 밑은 사유지인 듯.
구름이 하수상했다. 장마가 완전히 걷혔다는데, 그 끝이 아직 남아 있는 듯 싶었다. 아
니나 다를까 다음날 새벽 빗소리를 들었다.
우정고개 갈림길. 여기서 왼쪽길을 택해 걷다.
왼쪽에 나타난 비박지. 비박꾼들이 드나든 흔적이 또렷하다.
인테그랄디자인 실 타프2와 부가비비(Bugabivy).잣나무의 바늘잎이 두껍게 깔려 있어 자연산 침대 역할을 해 주었다.
샌달을 준비하지 못한 친구는 맨발로 돌아다녔다. 그렇게 해도 전혀 무리가 없이 발바닥이 기분 좋게 바늘잎들과 마주했다.
하늘을 향해 곧게 그리고 아름답게 서있는 잣나무는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방 안에 있다가
숲으로 나갔을 때 듣는
새소리와 날개 소리는 얼마나 좋으냐!
저것들과 한 공기를 마시니
속속들이 한 몸이요
저것들과 한 터에서 움직이니
그 파동 서로 만나
만물의 물결,
무한 바깥을 이루니......
_ 정현종, 무한 바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