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장수대_ 대승령_ 12선녀탕계곡_ 남교리
2010.1.30(토)
장수대(10:02)_ 대승폭포(10:37)_ 대승령(11:45)_ 능선끝 쉼터(12:36)_ 점심(12:50-13:20)_ 남교리(15:33)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설악산에 다녀왔다. 그것도 12선녀탕계곡. 안내산악회 일정표를 점검해 보니 대부분 태백산 덕유산이다. 등산 인구가 갑자기 늘어난 탓인지, 그 두 산에 사람들이 너무 몰린다는 정보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데...... 설악산 12선녀탕에 가는 산악회를 발견! 겨울에 선녀탕 계곡이라니! 머리를 굴려 보고 그림도 그려 보았다. 그래 가자!
설악산 12선녀탕은 여름과 가을에 다녀온 적이 있다. 당연히 그 계절에 가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가보니 겨울에도 매력이 만점이다. 게다가 태백산이나 덕유산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아 상쾌하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장수대에서 대승폭포까지는 계속 계단이다. 그리고 대승령까지 완만한 경사의 일반적인 오름길. 대승령에서 능선끝 쉼터까지는 칼바람이 불었다. 이것도 좋다. 소백산 칼바람 맞은 지가 벌써 몇 해 되었다. 능선길 옆 나무들엔 설화가 피었다.
능선끝 쉼터를 지나 계곡으로 들어서면서 갑자기 포근해진다.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다시 출발. 몇 해 전 찾아왔을 때에 비해 소들이 많이 작아지고 망가졌다. 그 사이에 커다란 홍수 피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산이 무너지면서 없던 계곡도 생겼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계곡의 웅장함이 줄어든 듯했다. 그래도 설악은 설악이다.
겨울 산행지로 이 산 저 산을 이야기하지만, 설악산은 그 이름만으로도 자신이 겨울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대변하고 있다. 1년 전만해도 겨울이 오면 설악산을 생각했었는데, 왜 금년에는 이 친구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을까? 새로 열린 경춘고속도로를 이용하면서 오고가는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빨라졌다.
버스에서 내려, 오르려다 깜짝 놀랐다. 작년에 백두산을 함께 걸었던 두 사람을 설악산에서 만나다니! 게다가 한 명은 나의 룸 메이트. 세상 참 좁다.
입구 맞은편에 있는 가리봉
대승폭포.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폭포로 꼽히고 있다. 길이는 88미터.
대승령 직전. 설화가 피었다. 저 능선에 바람이 어떤지 짐작이 갔다.
오른쪽은 귀때기청봉을 거쳐 대청봉으로 향하고, 왼쪽은 12선녀탕계곡으로 향한다. 여기서 쉴 법도 했지만 그냥 통과. 바람이 무척 차갑다.
찬 바람이 혹독했다. 콧물은 기본이었고, 눈물까지 쏘옥 나온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찬 바람 일부러 맞는다고 소백산 들락날락하던 것이 엊그제였는데.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칼바람이 심한 곳은 설악산의 이 서북능선과 소백산 정상이리라. 손이 어는 듯하여 카메라로 설화를 제대로 찍지 못했다. 아니 눈물이 흘러내려 카메라를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그래도 인증사진은 찍는다. 카메라 넘겨 줄 때 미안할 정도.
무사히 걸었다.
능선 끝을 지나 계곡으로 들어서면서부터 갑자기 따스해진다. 이 지점을 조금 지났을 때, 비박장비를 잔뜩 메고 올라가는 무리들을 만났다. 귀때기청봉을 거쳐 중청까지 간다고 한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그 어찌 귀때기청봉의 칼바람을 견디리오. 칼 맞지 않기를 기원하며 이별.
녀석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날 이 코스를 걸으며 본 사람은 우리 일행 20여 명 이외에 10여 명 정도. 순백의 설악을 이렇게 조용히 걸은 것도 행운이다.
소가 상당히 작아졌다. 예전엔 저 위에 올라 기념 사진도 찍고 소 근처까지 가서 점심을 먹은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돌들이 깎아져내려 경사가 심해 접근을 할 수 없다. 복숭아탕이란 이름도 부끄럽다. 살구탕?
설악산은 언제나 행복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