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한계령_ 대청봉_ 소청대피소(1박)_ 천불동계곡_ 설악동(3/3)
2008.10.18(토)
소청대피소(7:25)_ 희운각대피소(8:40)_ 무너미고개(9:03)_ 양폭대피소, 휴식(10:20_10:45)_ 비선대, 점심(12:20_2:00)_ 주차장(2:50)
무너미고개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절경인 설악산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천불동계곡으로 접어들기 시작한다. 계곡 좌우로 서로 다른 모습을 지닌 천 개의 불상들이 진열되어 있다 하여 천불동. 높이 솟은 봉우리들이 제각각 특이한 모습을 하고 찾는 이를 맞는다. 그리고 계곡을 따라 천당폭포, 오련폭포, 양폭포, 음폭포가 마음의 때를 씻어 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늘도 안개가 끼어 시야를 약간 흐리게 하는 점이었다.
천불동계곡은 기암괴석으로 유명하지만, 단풍 명승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금년 가을은 가뭄이 심해 나뭇잎들이 그 때깔을 내기도 전에 말라 비틀어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그 목마름을 견대낸 몇몇 녀석들이 설악산 천불동계곡의 단풍을 지켜내고 있었다. 나 역시 목이 마르다. 온갖 모순으로 말라 비틀어져 있는 오늘의 현실. '타는 목마름의 시대'가 다시 오는가?
때로는 폭포를 만나고, 때로는 우뚝 솟은 바위의 절경에 감탄하며 내려오다, 양폭대피소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했다. 대피소 앞은 산행객과 관광객으로 북새통이다. 양폭을 지나 걷는 길, 온 천지가 아름다워 걷는 피곤을 모르겠다. 얼마 후, 공룡능선을 타고 마등령을 거쳐 내려온 사람들과 합류하는 지점이 나타나고, 그곳에 비선대가 있다. 비선대 앞에는 금강굴이 있는 바위봉우리가 하늘 높이 우뚝 서 있다. 비선대......
고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함께 비선대에 갔다. 텐트를 치고 하루를 묵었다. 당시 돈을 맡았던 친구가 저녁 준비를 한다며 설악동 마을로 내려갔다가 야바위꾼들에게 걸려 돈을 몽땅 털렸다. 그 탓에 남은 여행 일정이 엉망으로 변해버렸다. 그 망할 친구 녀석은 후일 독일로 건너가 은행원이 되었고...... 그곳에서 야바위꾼들에게 당하지 않고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
비선대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안내산악회 버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 거리가 꽤나 되기 때문에 비선대 앞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경우, 시간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오늘 산행을 하며 사실 걱정을 했던 것은 카메라다. 어제 저녁 소청대피소에서 술잔을 나눌 때, 소주가 렌즈에 흘러들어갔다. 혹 망가지지 않았나 걱정했는데, 이상이 없다. 주인을 닮아 그 정도엔 끄떡 않는 모양이다.
양폭대피소 앞
신흥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