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 한옥마을, 그리고 다찌마와 리
2008.8.16일(토)
아내와 함께 남산을 걷고 퇴계로 3가로 내려왔다.영화를 보자고 아침에 약속했지만 내 마음은 사실 올림픽 중계에 가 있었다.눈치를 보니 아무래도 영화를 함께 보아야 할 듯 싶다. 대한극장에서 선택한 영화는 '다찌마와 리'.관람 시각까지는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근처의 '남산골 한옥마을'로 갔다.공사중인 곳이 많았는데, 정문 근처의 호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역시 물가는 시원하다.
사전 정보가 없는 사람이 본다면 '뭐 이런 영화가 극장에 걸리나' 싶은 영화다.유치찬람함이 밑도 끝도 없이 펼쳐지는 영화다.마치 원색의 색소가 가득한 불량 과자 같은 영화.그러나 감독이 원래 이런 영화를 원했으니 할 말이 없다.6,70년대식 영화를 오늘날에 본다는 것이 때로는 고문이 될 수도 있고, 나름의 취향이 될 수도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내는 부정적인 판단을 한다. 굳이 이런 영화를 돈 내고, 시간 내서, 불편하게 극장에 와 앉아 볼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뻔한 전개, 과장된 연기,후시 녹음,엉성한 구조, 촌스런 대화......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모든 영화가 세련되고 치밀하고 묵직한 감동을 줄 필요는 없다. 그냥 배 깔고 편안히 보는 만화 같은 영화도 좋다. 영화 곳곳에 깔린 오마주를 찾아내는 즐거움도 있다.특히 임원희의 매력이 만점이다. 그 배역을 그렇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그 외에는 아무도 없을 것 같다.
어쩌면 독특하고 창의적인 이런 영화가, 류승완 감독 본인 또는 다른 후배들에 의해 더 발전되었으면 좋겠다. 영화 관람을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온 탓에 장미란의 세계 신기록 장면을 볼 수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