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5일 촛불집회
7월 5일, 삼각산 산행을 마치고 촛불집회에 참가했다.하산할 때 비가 많이 내려 걱정했으나 서울광장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그쳤다. 도착한 시각이 5시 40분. 원래 5시부터 집회를 시작한다고 했으나 아직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아고라에 이벤트로 삼영라면을 모아 산성을 쌓자는 의견이 올라온 적이 있다.그 의견이 이렇게 성공이 될 줄이야.
며칠 전 집회 시, 비폭력을 외치며 길 위에 드러누웠던 와이엠씨에 간부들이 경
찰에 짓밟혔다. 오늘은 수 백명의 회원들이 길 위에 드러눕겠다고 나섰다. 바람이
강하면 풀잎은 더 강하게 일어선다.
6시가 넘자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그리고 계속 들어온다.너무 많은 탓에 집회 진행이 약간은 어수선하다.대한문 앞에 무대가 설치되었고, 그 무대 앞과 뒤 그리고 서울광장 등 세 방면으로 군중들이 모여 있었다.나는 뒷줄로 가서 집회의 뒷면을 보다, 바로 옆 청계천 소라 광장에서 있는 뉴라이트의 반촛불집회에도 가 보았다.
집회 참가자가 너무 많아 크레인을 동원해 화면을 찍는 기자들.
안티 이명박 카페 회원들이 지명수배된 자신들의 운영자를 보호하고 있다.
뉴라이트집회.4,5백명이 모였다.그러나 그 가운데는 나처럼 촛불집회에 왔다가 구경온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현재의 재향군인회 활동에 반대하는 평화재향군인회 표명렬 장군(오른쪽에서 두번째).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촛불집회는 예전 집회나 시위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첫째는 1인미디어 시대의 도래다.시위 진행 과정을 기존 언론이 아닌 개인 미디어 통신을 통해 듣고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집회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둘째는 시위에서의 남녀평등이다.예전에는 남자가 주류였으나 지금은 남녀가 반반이다.셋째는 시위의 주체가 민중이 아닌 대중이다.나이 성별 지역 직업 상 특징이 없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넷째는 예전 시위가 불이었다면 요즈음 시위는 물이다.예전엔 강한 힘으로 밀어붙였으나 지금은 그냥 물 흐르듯이 한다.가다 막히면 돌아가고 피곤하면 노래하고 춤을 추며 각종 피켓과 전단지는 유모어와 위트로 넘쳐난다.
9시가 되기 직전, 거리 시위로 나섰다.숭례문을 돌아 안국동로타리까지 진출했다.무척 피곤하다.거리에 앉아 한참을 쉬다보니 시위 대열이 끝나고 있었다.안국역에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청계천을 지날 때 아래를 내려다보니 거리의 화가가 인물화를 그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갑자기 커다란 음악소리가 들리며 군중들의 함성이 들려왔다.님을 위한 행진곡........내가 따라왔던 시위군중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진한다.다시 그들과 합류해 세운상가를 거쳐 종로 2가로 나왔다.다시 서울광장으로 향한다.이미 다리에 힘이 풀린 나는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종로 3가역 방면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래 지속된 집회로 인해 사람들이 무척 피곤해 보였다.그 이유 때문에 오늘 이후 집회 인원이 줄어들지도 모른다.그러나 아무리 준다하더라도 그것은 문제가 해결이 되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국민들 마음 속에 계속 앙금만 쌓일 것이고 이 것은 나중에 더 큰 분노로 나타날 수 있다.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아쉽다. 집회 기간 내내 시위 군중들이 소리 높여 부른 노래가 무엇인가.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지극히 당연한 이 노랫가사를 군중들이 왜 소리높여 불렀는지를 정부는 아직도 모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