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 조계골_용계골
* 산행일 * 2007.6.10(일)
* 산행코스 * 신점리 이장댁(10:30)_ 삼거리(10:56)_ 삼거리(11:33)_ 능선(12:31)_ 갈림길(1:20)_ 삼천리고개(2:10)_개울가,점심(3:10_4:40)_ 목욕소(5:15)_ 부대앞(5:45)_ 이장댁(5:50)
* 산행 시간 * 7시간 20분
오늘은 서울에 거주하는 고교 동기들끼리 산행하는 날이다.승합차를 대절하여 서울을 떠난 시각은 8시 40분경.용문산 관광단지 주차장에 들어서기 바로 직전, 다리가 하나 있다.이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꺾어져 잠시 가면 왼쪽으로 '용문산 보령팬션'이란 커다란 간판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개울가민박'이란 표지가 있다.오른쪽으로 꺾어지면 커다란 민박집 하나가 나온다.이장댁이다. 이 집 마당에 차를 세웠다.오늘은 이 집 마당이 베이스캠프다.
이 집 마당에서 바라보면 앞쪽에 철제다리가 있다.이 곳으로 가는 게 아니라 왼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간다.'웰빙 산행'이란 리본이 달려 있다.아마 얼마 전 군에서 '웰빙산행'이란 테마로 등산 모임을 주선한 듯 싶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커다란 물웅덩이를 만난다.옆에는 쉴 수 있는 자리까지 마련되어 있다.이장댁에서 음식을 팔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자리다.3년 전 그 곳에서 친구 몇 가족과 더위를 식힌 적이 있다.
산행은 계속 계곡을 끼고 진행된다.용문산 능선에서 용문잔 주차장 오른쪽으로 흘러내리는 갈래능선이 있는데 이 능선의 오른쪽이 조계골이고 왼쪽이 용계골이다.그런데 시중에 떠돌아 다니는 산행 지도에는 이 두 계곡의 이름이 바뀐 것이 많다.우리는 조계골로 올랐다가 왼쪽 용계골로 내려올 계획이다.
찾는 이가 별로 없는 자연 그대로의 계곡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용문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반적인 산행로를 따라 산행한다.오늘 산행 중 몇 사람들을 만나기는 했지만 거의 무공해 청정지역이라 보면 틀림없다.
숲이 울창해 해가 한 줌씩 밖에 들어오지 않는다.친구 하나가 이 지역 지리를 잘 알고 있어 가능한 산행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중간중간에 팻말이 있다는 것이다.3년 전에 왔을 때는 등산로마저 희미했는데 이게 웬 팻말이란 말인가? 친구 말에 따르면 이 곳을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한 둘 늘어나자 등산로 오른쪽에 있는 중원폭포 상인들이 등산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 한다.그러나 우리들 산행을 위해서는 위로위로 능선으로 향해야 한다.
햇볕을 받지 않았지만 더위에 약한 나는 산 중턱을 넘어서면서 힘들어지기 시작했다.오랜만에 산행에 참가한 친구들보다 더 힘들어 하니 이 무슨 창피란 말인가.다음 주에는 다시 설악산을 가기로 했는데.......걱정이 앞선다.
능선에 도착했다.여기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도일봉 싸리재 방향이다.오른쪽은 중원산으로 가는 길이다.이제는 능선길이다.바람이 시원하다.잠시 시야가 트이는 지점도 나왔다.그러나 오늘 산행은 계곡으로 올랐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산행이기 때문에 전망 좋은 곳을 찾아보기란 힘들었다.한 가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 한 가지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오늘 산행 테마는 두 가지다.시원한 계곡을 따라 산행하는 것과 취나물을 뜯어 점심을 먹는 것이다.능선길에서 상당한 양의 취나물을 뜯었다.다시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오른쪽으로 가면 도일봉이고 우리가 온 길이 중원산길임을 알려주고 있다.그러나 왼쪽길에 대해서는 안내가 없다.문례봉으로 가는 길이다.그 방향으로 향한다.
중간 언덕과 언덕 사이에 길 양쪽으로 복숭아나무가 두 그루 서 있다.소위 삼천리고개다.여기서 왼쪽 비탈길로 내려선다.상당히 급경사다.이 길은 정식 등산로가 아니기 때문에 지도상 표시가 없다.그러나 자세히 보면 사람이 다닌 흔적이 희미하게 보인다.
조계골도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지만 이 곳은 더욱 그러하다.삼천리고개에서 내려올 수는 있지만 아래서 올라갈 수는 없다.군 통제구역이기 때문에 계곡 입구에서 군인들이 제지한다.이 언덕에서 원시림 같은 길을 헤쳐 20여 분 내려가면 물소리가 반갑게 맞아준다.용계골이다.
[일반적으로 용계골이라고 불리우는데 중간 지점에 용천골이란 표시가 있기도 하다]
오후 3시가 다 되었다.허기가 진다.적당한 물가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산에서 뜯은 취나물로 식사를 했다.10여 뿌리의 더덕과 30여 마리의 물고기도 함께 식탁에 올려졌다.친구 하나가 30여 분 동안에 어항으로 잡아올린 것이다.
물 웅덩이에 들어가 목욕도 했다.물이 얼마나 차가웠던지 온몸을 담그고 1분 이상 있기가 힘들었다.정신이 바짝든다.
예전에 왔을 때 군 지휘관의 별장 같은 건물이 있던 곳에 왔다.지금은 철거해 깨끗하다.그 앞에 커다란 물웅덩이가 있다.여기서 다시 한번 물에 몸을 담궜다.내가 소위 목욕소라 이름을 지은 곳이다.
종착 지점이 다가오자 군 유격 훈련 장소들이 왼쪽으로 펼쳐진다.이 시설 때문에 평일에 일반 등산객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그러나 일요일엔 군인들이 모두 철수해 빈 막사만 있다.종착 지점에 다다르면 군 부대 철문이 있는데 밖에서 보면 잠궈 있는 듯이 보인다.그러나 실제 문을 밀면 쉽게 열린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아마 가장 좋은 산행은 하산 시 계곡을 끼고 하는 산행일 것이다.그런데 이 코스는 오를 때도 내려올 때도 모두 계곡을 낀다.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게다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이기 때문에 사람 때가 묻지 않은 정말 깨끗한 곳이다.오늘 산행은 모두 7시간이 넘게 걸렸다.그러나 휴식하고 나물을 뜯느라 보낸 시간이 거의 3시간은 넘을 것이다.군 부대 정문에서 이장댁까지는 5분여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