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9(금)
용두산 이름을 가진 산이 전국적으로 몇이 있다.
그 가운데 오늘 내가 오른 산은 제천의 용두산으로,
제천의 진산이기도 하다.
산행은 제천시 청소년 수련관 옆 수프리모 골드빈 커피 하우스 앞 공터에서 시작한다.
오른쪽 코스는 용담사를 끼고, 왼쪽 코스는 청소년 수련관을 끼고 걷게 되는데,
나는 오른쪽 코스를 택해 올랐다.
오늘도 나홀로 비박산행이다.
산행 지도에는 능선에 올라서면 전망대가 있다고 했지만,
전망 좋은 곳을 지나치지 못했다.
편안하게 걸어 873높이의 산에 올라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올해 처음 걷는 눈길이다.
제천이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인가?
생각보다 쉽게 올라온다. 873높이를.
길도 완만하고 시간도 1시간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정상은 아주 넓다 못해 광활하다.
이곳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용두천을 형성하고,
의림지로 흘러 들어간다고 한다.
내가 걸어 올라온 능선이 보인다.
그리고 저 너머에 백두대간이 보여야 하는데 하늘이 어지러워 그 모습을 숨겼다.
내일 아침을 고대하는 수밖에.
오른쪽 중앙에 희미하게 보이는 저수지가 바로 의림지다.
석기암 감악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산을 올라오며 계속 확인했다.
정상에 앉아 이 역사적인 순간을 즐겼다.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인식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해결할 능력이 없는 지도자에게
우리는 오늘 이별 통지를 한다.
바람이 의외로 강하다.
어렵게 텐트를 세우고 바람을 피해 안으로 기어 들어간다.
커피 한 잔 하고 밖을 보니 해가 기울고 있다.
그러나 역시 흐린 날이라 아름다운 채색을 보여주진 못한다.
정상 앞쪽에 제천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아주 넓직한 데크가 있다.
그러나 내일 아침 일찍 올라올 사람들의 산행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정상부 안쪽에 텐트를 세웠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재판을 기다려야 한다.
헌법에는 형법과 민법에 없는 개념이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소위 '주권' 개념이다.
헌재가 이 개념을 바탕으로 판단할 것이라 확신한다.
불야성을 이룬 제천 시내도 그렇고,
눈밭 위에 세워진 텐트도 그렇고,
오늘의 역사적 순간도 그렇고......
아름다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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