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산에서, 2012년 5월
바람이 지날 때마다 눈이 부시다 잎이 넓은 나무들 세상의 그늘을 가려주지 못하고
나지막히 엎드린 가난 위에서도 반짝거리는 나뭇잎 착한 이웃들의 웃음처럼 환한
잇몸을 드러내며 햇살이 쏟아진다 사람의 흔적이 자목련 향기처럼 아름답다 숲을
떠난 꽃씨들이 큰길까지 날리고 나른한 향수에 풀린 마을을 내다본다 골목길을 따
라 풍선마냥 가벼운 마음들이 들락거린다 자주 꺾이는 바람도 세상 살이가 조금씩
눈에 보일 쯤이면 바로 펼 수 있을까 마주치는 세상의 모퉁이마다 큰 바퀴가 지나고
마른 돌가루가 날릴지라도 손바닥을 펴서 햇살을 받는다 사는 날까진 기다릴 것이
남아 있는가 오랜 희망을 다시 짚어보듯 푸른 소리를 실어나르는 송전탑을 향해 귀
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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