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맞고 있는 겨울산을 보면
흰 털 세운 한 마리 산짐승 같으니.
부드럽게 웅크린 등줄기나
가슴께로 바짝 당겨놓은 살진 허벅지
이놈아, 하고 툭툭 치면
웅크렸던 몸 긴 기지개 한번 켜고는
산길 따라 세차게 달려갈 것 같으니.
이 땅 어느 산을 올라도
모든 길은 백두에 닿는다는
백두대간의 큰 꿈을 아는가.
첫눈 내리는 날 한반도 모든 산줄기들
흰 털 하얗게 곧추세워
하얀 능선 위를 달려가고 있으니.
그놈의 등에 덥석 올라타는 꿈이여
겨울산과 한 몸의 날렵한 산짐승 되어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튼튼한 등뼈를 밟고
한걸음에 달려가는 즐거운 꿈이여.
2013년 1월 1일 지리산 바래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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